Eat & Love - 섹스와 음식, 여자와 남자를 만나다
요코모리 리카 지음, 나지윤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이십대 초반에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 이해를 못했을지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화가 나서 책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그 때의 나는 어린만큼 ‘사랑’ , 그것도 순결한 사랑과 영원한 사랑, 단하나의 사랑을 당연시했었으니까...  그 외의 사랑을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아 했었다. 여자를, 특히 여자와 자는 것(아...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이 여자는 이런 음식을 먹는 기분이고, 저 여자는 뭐 고급스런 프랑스 요리를 먹는 기분이고.. 이런식으로 말하던 책들에서 ‘섹스’라는 의미의 행위)을 먹는 것에 비유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변태라고도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책을 읽다가  “ 이거 미친거 아냐? ” 하고 던져버리기도 했다. 성(性)을 식(食)과 같은 라인에 놓고 말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때까지의 나는 스테이크는 그저 고기였고, 와인은 조금 달콤한 술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 나오는 스무살의 미오와 전혀 다를바가 없었다.

< 1인당 1만 엔 이상 하는 미나미 아사가야의 작고 소란스러운 소바집에 가거나, 보통의 구운 생선이나 스시, 채소를 끓인 음식 따위에 한 사람당 3만 엔 이상을 호가하는 하라주쿠 일본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 건 솔직히 나에겐 바보 같은 짓이었다. > P188

  먹는 것에 많은 돈을 투자하며, 음식 이름같은 것을 외우는 것은 더더군다나 이상하고, ‘기껏 밥 한끼 먹는 것’일 뿐인데, 격식차리는 식당에 다니며 ‘맛’을 음미한다는 건 상당히 이해 안되는 행동일 뿐이다. 스무살에게 식(食)은 그런 의미이다. 그런 먹는 행위를 감히 ‘사랑’에 비유하다니... 먹는 행위는 그저 ‘사랑’보다는 한참 아래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단계를 정해버렸다.

 

 솔직히 서른 살이 넘었기 때문에 이제 모든 걸 다 알게 되었다고.. 이 책이 다 이해되더라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책을 집어던지지는 않았고, 조금씩 뭔가 이해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총 6화로 이루어져 여섯 명의 등장인물이 나와 각각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첫 1,2화를 읽으면서는 그저 단순한 불륜이야기, 아니면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라 생각했다. 이 책의 묘미는 끝까지 읽어보고, 그 안에서 이야기되는 사랑과 음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한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그 뒤에 숨어 있는 다른 사람의 감정, 생각을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 볼만도 하다. 그러다보면 여섯 명의 관계가 조금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고, 각각의 나이별로, 성별로, 개개인별로 느끼는 사랑과 음식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느껴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음식과 사랑을 이야기할 때 어떻게 같은 시선으로 볼 수 있는지- 두 가지는 어쩌면 ‘몰입’을 통해 느껴지는 생각을 음미하고,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을 이야기할 때 , 최고의 맛을 지닌 요리에 비교하는게 왜 가능한지, 찬사에 어떻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음식과 사랑을 통해 갖가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인정하게 되는 나를 발견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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