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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평점 :
이 책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님의 저서이다. 제목만 듣고 떠올렸을 때는 청구회라는 이름이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책 표지만 봤을 때 ’청구회’는 도대체 무엇인지, 동화같은 그림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 책을 한 장씩 읽다보니 제목만 들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생각보다 얇은 책의 두께에 금방 읽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동심의 추억에 철저히 젖어들게 되었다. 책 읽는 시간보다 몇 배는 더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아이들의 동심과 조직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옛날의 사람들이 아이였을 때, 내 또래의 사람들이 아이였을 때, 그리고 지금의 현재진행형인 아이들이 각각 어떻게 다른 환경에서 아이들의 추억을 만들고 어른이 되어가는지 생각에 잠겼다.
이 책을 보면 1966년 봄소풍을 가면서 우연히 만나게 된 아이들과의 지속적인 인연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부담없이 말이나 붙여보겠다고 했던 인연들에게 생각보다 더 큰 의미가 주어지며, 만남이 지속되고, 서로 발전적인 만남을 갖는 모습에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동화같은 그림과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나 자신의 과거 어린 시절 추억을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나도 그 무렵, 아이들과 무언가 조직을 만들었다. 지금은 조직의 이름도 아이들의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고, 무엇을 했었는지도 가물가물 기억이 잘 안난다. 하지만 나름 되짚어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에는 그런 소속감에 우쭐 하기도 하고, 회원증 같은 것을 만들어서 나누어 가지며 대단한 만족감과 소속감을 나타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때로는 어떤 시점에서 접하게 된 책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은은하게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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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명멸하는 추억의 미로 속에서 영위되는 우리의 삶 역시 이윽고 또 하나의 추억으로 묻혀간다. 그러나 우리는 추억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추억은 화석 같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단히 성장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언제나 새로운 만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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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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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추억의 이야기에 동화같은 그림을 더하고, 영어번역도 함께 한 이 책은 빛바랜 옛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2008년 지금 현재를 생각해볼 시간을 제공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책의 마지막에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0주년 출간 기념 오디오북도 담겨있다. 비오는 오늘 추억에 잠길 빌미를 제공해준다.
과거는 현재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밑받침이 된다. 그래서 과거의 추억이 아름다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