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잃다

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주인공 한진수, 지운 아빠, 수진 아빠, 수경씨 남편...

한 사람의 인생은 길고도 짧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함께 짚어보며 살면서 좋았던 점, 부족했던 점, 미안했던 점, 어쩔 수 없었던 점 등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보며 그 느낌을 같이 공감할 수 있었고, 그러한 작가의 표현이 정말 처절하게 현실처럼 느껴져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런 책이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해서 오랜만에 눈물을 쏙 뺀 영화 같은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삶과 죽음, 가까우면서도 멀고, 양면성이 있으면서도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하고, 나의 죽음과 주변인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항상 보내는 사람의 슬픔에 대해서만 생각했지, 떠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는 않았었나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떠나는 사람의 입장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져 공감을 하게 되었다. 떠나는 사람도 어쩌면 떠나기 싫고 아직 해야 할 일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주인공의 말대로 "삶이란 게 참 가볍고도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누군가 죽음을 맞이할 때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거나 물건이 불안하게 떨어지는 등의 설정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아무 느낌 없이 수진이의 재롱잔치가 진행되고, 아내는 남편의 죽음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 더 슬프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나름 생각을 해두어야 한다. 그런데 가끔은 내 생각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에 맞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만약 내가 죽더라도 내가 생각하던 방법으로 모든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시간을 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냥 우리가 사는 게 행복임을, 가족과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소리 내 웃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 책으로 사소한 일상이 가장 커다란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좋겠다.

맨 마지막에 적힌 작가의 말로 먼저 이 책의 감상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현실에 있을 법 하면서 그냥 소설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이 너무 급작스러워서 눈물이 나기도 한다. 

더운 여름 밤, 무거운 주제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결국은 주변 모든 사소한 것들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볍게 지나치던 일상이 되어버린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