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와중에도 해미에게는 사랑이 찾아온다.
경환과 해미, 그리고 경환의 사촌 형 지수를 둘러싼 미묘한 관계가 소설의 또 다른 축을 만든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해미를 마음에 품었던 경환의 감정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에게 해미는 한 시절의 첫사랑을 넘어 삶 곳곳에 스며 있는 존재이다.
"그녀는 모든 곳에 있었고 언제나 모든 곳에 있었다"라는 마음이 왜 나왔는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알 것 같다.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해서 사랑했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만나지 못하는 동안에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사람이 계속 살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미의 선택을 안타까움만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 했고 병든 동생을 돌봐야 했으며, 자신의 감정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전쟁터로 떠나기 전 급하게 치르는 결혼식과 그 뒤에 이어지는 삶을 보면 사람 사는 일은 어느 시대나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마음을 접기도 하고, 마음과 다른 길을 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