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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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절절하고도 시린 사랑 이야기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서리꽃 2』는 사랑하는 사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곁을 떠나지 않는 이재이와 윤소인의 시간을 따라간다.

함께 걷는 숲길도, 바라보는 별도, 한 송이 동백꽃도 두 사람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하루의 한 조각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장면일수록 마음 한편이 더 저려온다.

손을 잡고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사랑한다는 말보다 곁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깊은 마음인지 이 책은 조용히 보여준다.

겨울 새벽 잠시 피었다 햇살에 사라지는 서리꽃처럼, 짧았기에 더욱 선명했던 사랑이 가슴을 붙들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폐암 수술을 받은 윤소인의 요양을 위해 두 사람이 찾아간 곳은 장흥 가지산 보림사이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소설의 공기까지 달라지는 듯하다.

편백나무 숲길을 걷는 장면에서는 짙은 나무 향이 코끝에 스미는 것 같고, 적막한 산사의 풍경에서는 천년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하다.

몸을 회복하기 위해 매일 걷고, 좋은 음식을 챙겨 먹이고, 조금이라도 더 웃게 하려는 이재이의 마음에는 말보다 깊은 애틋함이 담겨 있다.



보림사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국보 석등과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길 때마다 불상이 땀을 흘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산사의 신비를 더한다.

고려 때부터 임진왜란, 6·25를 앞둔 시기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오래된 사찰이 두 사람의 짧은 시간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천년을 견뎌온 공간과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한 사람의 시간이 나란히 놓이면서 삶의 유한함이 더욱 선명해진다.

'시인의 숲'에서 「어머니」라는 시 앞에 선 윤소인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는 링컨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사람의 가장 연약한 곳을 건드리는 한 단어의 힘이 전해진다.

몸이 아프면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억까지 떠오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서는 한순간 어린아이가 되는 마음이 있다.

남도의 동백꽃은 이 사랑을 가장 닮은 꽃처럼 보인다.

짙고 두터운 꽃잎에는 살아오며 견뎌낸 서러움이 겹겹이 배어 있는 듯하고, 길고 촘촘한 꽃술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한숨처럼 느껴진다며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떨어진 동백꽃으로 하트 모양의 길을 만들고 그 안에 누워보는 이재이와 윤소인의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몹시 쓸쓸하다.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동백꽃의 꽃말이 두 사람의 사랑을 그대로 품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별을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도 특별하다.

천억 개의 별이 모여 은하를 이루고, 그런 은하가 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삶은 우주 속 작은 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작은 존재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순간, 한 사람의 세계는 우주만큼 넓어진다.

철학을 공부한 이재이와 미술을 공부한 윤소이의 대화에는 삶과 죽음, 존재와 사랑에 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병세가 깊어지고 남은 시간이 짧게는 몇 달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재이는 윤소인에게 마지막 여행을 선물한다.

파리의 몽파르나스와 뤽상부르 공원, 로댕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을 지나며 두 사람은 예술과 역사를 함께 바라본다.

보들레르와 사르트르, 보부아르의 흔적을 만나고, 로댕과 반 고흐의 작품 앞에 오래 머문다.

여행지가 바뀔 때마다 이야기는 문학과 미술, 철학과 역사로 넓어지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두 사람의 사랑이 있다.

특히 반 고흐를 따라가는 여정은 더욱 애잔하다.

「론강 위로 별이 빛나는 밤」을 바라보며 보림사에서의 시간을 떠올리고, 해바라기 네 송이를 스케치해 선물하는 윤소인의 모습에서는 아직 살아 있다는 기쁨이 묻어난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고흐와 동생 테오의 무덤을 마주하고, 「까마귀 나는 밀밭」의 실제 풍경 앞에 서는 장면에서는 예술과 죽음, 사랑이 하나의 길 위에서 만난다.




윤소인의 편지와 이재이의 선택을 지나고 나서야 '서리꽃'이라는 제목이 마음 깊숙이 들어온다.

서리꽃은 오래 피어 있지 않는다.

밤의 차가움을 견뎌 피었다가 햇살이 비치면 금세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짧게 피었다고 해서 그 아름다움까지 짧은 것은 아니다.

『서리꽃 2』의 사랑도 그렇다.

짧았기에 더욱 진했고, 끝을 알고 있었기에 하루하루가 더욱 뜨거웠다.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웃는 것만이 아니라 아픈 순간을 곁에서 견디는 일이며, 떠날 사람의 마지막 풍경까지 함께 바라봐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이재이와 윤소인의 사랑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한겨울 새벽 창가에 피어난 서리꽃처럼 시리고 아름다운 흔적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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