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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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서리꽃 1권을 읽고 나니 눈시울이 젖어 있었다.

인생과 철학이 담겨 있는 시린 사랑의 이야기가 나를 붙들고 놓지를 않는다.

오래 품었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설렘보다 그 사람이 홀로 견뎌온 날들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미처 알지 못했던 고단한 삶을 들여다보고, 이제라도 그 짐을 함께 들려는 마음 앞에서 쉽게 다음 장을 넘길 수 없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말은 익숙하지만, 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는 사랑은 얼마나 귀한가.

조정래는 그 마음을 따라가게 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태도를 가만히 돌아보게 한다.



『서리꽃』은 학창 시절 시와 그림으로 이어졌던 네 사람의 재회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시 동아리 글밭에서 함께했던 이재이와 민태석, 시화전을 통해 인연을 맺은 윤소인과 정은하이다.

민태석과 정은하는 부부가 되었고, 이재이는 윤소인을 향한 마음을 간직한 채 유학 생활을 했다.

함께 웃던 시절을 떠올리며 만난 자리지만, 그사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꺼낼 수 없는 사정이 생겼다.

반가운 얼굴에서 낯선 그늘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이야기에 마음이 쏠린다.



이재이가 윤소인에게 건네는 메모 수첩이 애틋하다.

유학 시절 그녀를 생각하며 적어둔 말들이 한 권의 수첩에 빼곡히 담겨 있다.

만나지 못하는 동안에도 어떤 마음은 계속 말을 건다.

좋은 것을 보면 함께 보고 싶고, 문득 떠오른 생각을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런 날들이 쌓인 수첩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하루에 오래 머물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이다.

짧은 고백으로는 전하기 어려운 시간이 종이 한 장 한 장에 배어 있다.



윤소인의 삶을 알게 되면서 그 수첩의 무게도 달라진다.

가족에게 닥친 부당한 사건 이후, 그녀는 지하 공간에서 미술교실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화가를 꿈꾸었던 사람에게 그림은 어떤 버팀목이었을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치기도 전에 해야 할 일이 어깨를 짓누르는 사정이 먹먹하다.

조정래는 한 사람의 고단함을 따라가며 그 삶을 밀어낸 사회의 부조리까지 보게 한다.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다가 윤소인이 잃어버린 기회와 시간까지 헤아리게 된다.

이재이가 마음에 남는 것은 윤소인의 사정을 듣고 난 뒤의 태도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가늠하는 가족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아픔을 알게 된 후에는 자신의 편안함만 챙길 수 없어진 마음이 보인다.

그의 다정함에는 수고를 감수하려는 의지가 있다.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말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반 고흐의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 사랑을 한층 섬세하게 한다.

이재이는 윤소인이 좋아하는 고흐를 이해하고 싶어 책과 화집을 들여다본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오래 바라보는 것까지 궁금해진다.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별의 빛깔과 붓의 흔적을 살피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동안 자신이 보는 세상도 넓어진다는 사실이 이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미술 선생님의 예술론과 윤소인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그림에 포개지는 대목도 좋다.

같은 그림 앞에서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얼굴과 시간이 다르다.

자연의 무수한 색을 한정된 물감으로 어떻게 담아낼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오래 머무르게 된다.

눈앞의 빛깔도 다 옮기기 어려운데 사람의 복잡한 마음은 얼마나 오래 살펴야 할까.

그림에 관한 대화가 어느새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비롯한 여러 인물의 이야기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자유로운 삶에 마음이 끌리면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석에서는 잠시 멈추게 된다.

인물들의 대화는 현대와 고전을 오가지만, 그 안에서 건드리는 것은 사랑과 자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책장을 넘기다가도 한 대목에 붙들려 내 안의 생각을 되짚는 재미가 있다.



작가의 말에 실린 집필 과정을 읽고 나면 이 소설에 들인 시간이 새삼 크게 다가온다.

큰 수술을 겪고도 글을 이어가고, 고흐의 그림을 직접 살펴보았다는 고백에는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진심이 있다.

『서리꽃』 1권은 오래 간직한 마음이 다시 만난 사람의 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이다.

이들의 사랑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져서 다음 권을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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