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야기
스기마타 미호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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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탄생에서부터 사망까지 렌즈를 대놓고 집중 촬영해놓은 듯 한 사람의 생애를 놀라울 만큼 촘촘하게 따라가는 책이다.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을 남긴 르네상스의 천재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 몇 장 넘기지 않아 그 생각부터 흔들린다.

사생아로 태어나 복잡한 가족관계 속에서 성장한 왼손잡이 소년, 정규 교육의 울타리 밖에서 자랐지만 무엇이든 보고 그려보려 했던 아이, 리라를 연주하던 매력적인 청년,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재능을 갈고닦으며 화가와 발명가, 해부학자와 공학자의 경계를 거침없이 넘나든 인물이 차례로 눈앞에 나타난다.

다빈치 가문의 복잡한 계보와 스승, 후원자, 친구, 경쟁자까지 일러스트로 이어지니 500여 년 전 피렌체 한복판에 들어가 그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는 기분마저 든다.

우리가 알고 있던 천재 레오나르도는 그의 인생에서 빛나는 몇 장면에 불과했다.

이 책은 그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99%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으며, 알고 있다고 믿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처음부터 새롭게 만나게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천재의 출발점이 우리가 상상하는 화려한 환경과 거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공증인을 대대로 배출한 다빈치 가문은 이름 앞에 '세르'를 붙일 만큼 사회적 기반이 탄탄했지만 레오나르도는 혼외자로 태어났다.

아버지 세르 피에로는 네 차례 결혼했고 자녀도 무려 17명에 이르렀다.

복잡하게 얽힌 가계도를 그림으로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출생이 그의 교육과 진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선명해진다.

가업을 자연스럽게 물려받을 처지가 아니었고 라틴어를 중심으로 한 정규 교육의 길에서도 비켜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세상을 정해진 방식대로 바라보지 않는 눈을 길러준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아버지가 그의 그림 솜씨를 알아보고 베로키오 공방으로 보낸 순간부터 인생의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당시 공방은 그림 몇 장을 그리는 작업실이 아니라 회화와 조각, 금속 세공과 각종 기술이 한데 뒤섞인 창작의 용광로에 가까웠다.

손을 움직이며 배우고, 다른 장인들의 작업을 곁에서 보고, 끊임없이 경쟁해야 했다.

훗날 회화와 과학, 기계와 인체 연구까지 거침없이 넘나든 레오나르도의 바탕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한 예술가의 성공담에 머물지 않고 그가 살았던 피렌체의 공기까지 끌어온다.

메디치 가문의 영향력과 파치 가문의 음모, 그 여파 속에서 흔들리는 예술가들의 삶이 이어지고 보티첼리, 기를란다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이름이 등장한다.

특히 미켈란젤로와의 날 선 경쟁과 젊은 라파엘로가 레오나르도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는 과정은 르네상스를 거대한 인물관계도처럼 바라보게 한다.

천재 역시 홀로 솟아오른 섬이 아니라 스승과 경쟁자, 후원자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

그의 스케치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크다.

새의 날갯짓을 관찰하다가 비행기계를 구상하고, 거대한 석궁과 전차, 기관총 같은 병기를 그리는가 하면 사람의 얼굴과 아기의 몸짓까지 끈질기게 들여다본다.

길에서 독특한 얼굴을 만나면 기억해 두었다가 그려냈다는 이야기를 읽고 기괴한 얼굴 데생을 바라보면 그의 눈이 얼마나 집요했는지 느껴진다.

아름다운 것만 골라 화폭에 옮긴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서 움직이고 변화하는 모든 것을 궁금해했던 사람이다.

한 장의 종이 위에서 예술가와 과학자, 관찰자와 발명가가 끊임없이 자리를 바꾼다.



『모나리자』도 익숙한 명화라는 껍질을 벗는다.

얼굴의 미소뿐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과 주변 인물, 레오나르도가 시도했던 표현법까지 연결해 보게 하니 특별하게 다가왔다.

완성하지 못한 『동방박사의 경배』를 비롯해 여러 작품과 습작을 한 흐름 안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묘미이다.

작품 하나만 떼어 바라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온다.

무거울 수 있는 미술사와 인물사를 일러스트와 말풍선, 연표와 도판으로 풀어낸 구성도 매력적이다.

페이지마다 사건과 사람이 살아 움직여 한 편의 르네상스 다큐멘터리를 따라가는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도 재미 뒤에 남는 것은 꽤 묵직하다.

천재라는 단어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 실패와 미완성, 경쟁과 방황, 끝을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오히려 더 흥미로운 책이 되어줄 것이다.

이름과 대표작만 기억했던 자리에는 한 소년의 불안한 출발과 손끝으로 세상을 탐색했던 시간, 사람들과 부딪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간 생애가 채워진다.

'천재'라는 두 글자 안에 가두기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이 다채롭고 놀랍도록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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