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설계자들 - 트랜스휴머니즘에서 바이오해킹까지, 실리콘밸리 영생 프로젝트를 추적하다
알렉스 크로토스키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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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을 펼쳤을 때 엄청난 자료수집에 놀라웠다.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우리 세계를 재구성하려는 사람들의 꿈을 모아놓은 특별한 책으로 읽혔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배워왔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기술적 문제라고 말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공상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자본가, 천재 과학자,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이 막대한 돈과 시간을 쏟아부으며 불멸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인간이 하늘을 날고 달에 가는 일을 꿈으로만 여겼던 시대가 있었다.

그렇다면 영생 역시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불멸의 설계자들』은 미래 기술을 다룬 책이면서 동시에 인간 욕망의 가장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탐사 기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의 집요한 취재력이다.

이 책은 영생을 이야기하지만 공상과학 소설처럼 허공을 떠다니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와 연구자, 바이오해커와 정치권 인사들까지 직접 연결하며 거대한 흐름을 추적한다.

페이지마다 인터뷰와 연구 자료, 역사적 사례가 빼곡하게 이어진다.

읽다 보면 비밀스럽게 운영되는 미래 프로젝트의 내부 보고서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책 속 인물들은 노화를 자연 현상이 아니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바라본다.

그들은 죽음이 언젠가 정복 가능한 문제라고 믿는다.

심지어 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데도 이를 방치한다면 일종의 살인이라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과격하게 들리지만 그들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왜 그런 생각에 도달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특히 놀라웠던 부분은 이들이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천재적인 두뇌와 막대한 자본이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장수 기술에 대한 벤처 캐피털의 투자 규모가 2025년까지 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대목에서는 잠시 책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인류는 오랫동안 불멸을 꿈꿔왔지만 지금은 그 꿈에 실제 돈이 몰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와 기업, 투자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한때 허황된 상상으로 치부되던 이야기가 현실 산업으로 성장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느낌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욕망이 시대를 뛰어넘어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책에는 기원전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왕이 등장한다.

그는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났지만 끝내 불멸을 얻지 못한다.

그런데 수천 년이 흐른 지금도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같은 질문을 붙들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죽음을 미룰 수 있을까.

시대와 기술은 달라졌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갈망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떠올랐다.

그는 인체를 해부하며 생명의 구조를 탐구했다.

관절과 근육 대신 도르레로 움직이는 기계를 설계했고 심장이 순환계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르노강 옆 작업실에서 생명의 비밀을 들여다보던 다빈치와 오늘날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어쩌면 같은 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한계를 넘어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책은 영생 기술의 화려한 미래만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수명 연장 기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수억 원, 수십억 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더 오래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책 속에는 지역과 소득 수준에 따라 기대수명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한다.

이미 존재하는 격차 위에 장수 기술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책이 가진 가장 날카로운 문제의식 가운데 하나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젊은 혈장과 혈액 교환을 둘러싼 이야기였다.

신들의 음식으로 여겨졌던 그리스 신화의 암브로시아, 영생을 꿈꾸며 진사를 먹었던 진시황, 현자의 돌을 찾던 연금술사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인간은 시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죽음에 도전해 왔다.

다만 방법만 달라졌을 뿐 질문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영생 기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길가메시 서사시가 전하는 오래된 메시지였다.

인간은 태어나고 살아가다가 죽는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기쁨을 누리고 삶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수많은 천재와 부자들이 죽음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지금 주어진 하루의 가치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불멸의 설계자들』은 실리콘밸리의 권력과 자본, 과학기술이 인간의 마지막 한계인 죽음에 어떻게 도전하고 있는지를 추적한 밀도 높은 르포르타주이다.

동시에 인간은 왜 그토록 오래 살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기록이기도 하다.

방대한 취재와 탄탄한 자료, 역사와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선이 인상적이다.

읽는 내내 미래를 향한 인간의 야심에 놀라게 되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는 사실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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