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상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편석환 지음 / 가디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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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어느 순간 삶이 지나치게 촘촘해졌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하루는 분명 같은 길이인데도 숨 쉴 틈이 없고, 마음은 늘 어딘가에 쫓기듯 서두른다.

해야 할 일과 관계, 책임이 켜켜이 쌓여 일상이 무겁게 느껴질 때 지금의 삶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묻게 된다.

이 책 『나는 일상에서 멀어지기로 했다』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 책이다.

 


 

이 책은 일상을 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을 다시 바라보라고 말한다.

너무 익숙해져 더 이상 보이지 않던 것들, 지나치게 가까워서 오히려 놓쳐버린 감정들을 다시 꺼내어 보여준다.

제목에 담긴 "멀어짐"이라는 단어는 도피가 아니라, 잠시 거리를 두어 삶의 결을 다시 만져보는 일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독특한 구성 방식이 눈에 들어온다.

길지 않은 문장들이 페이지마다 놓여 있고, 그 문장들은 설명하기보다 여백을 남긴다.

그 여백은 읽는 이의 사유를 끌어낸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멈추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문장을 읽는 시간이 아니라, 문장을 통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구조이다.


책 곳곳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이 흐르고 있다.

"일상의 모든 관계는 내 책임이다"라는 태도는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관계는 늘 상대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시선을 바꾸라고 조용히 말한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태도, 그리고 서로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이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문장이다.

이 문장 안에는 자비와 사랑이 담겨 있다.

세상을 향해 조금 더 따뜻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빛이 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 마음이 모여 인간다운 삶을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 책은 바쁜 현실 속에서 잠시 멈추는 시간을 권한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순간, 잠깐의 침묵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익숙한 길을 벗어나 다른 길을 걸어보는 작은 선택들.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일상에서 멀어지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욕심을 내려놓는 법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삶을 더 많이 붙잡으려 할수록 마음은 더 지치게 마련이다.

이 책은 손을 놓는 순간 오히려 삶이 가벼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삶의 방향은 이전과 다른 결을 갖기 시작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일탈에 대한 시선이다.

일탈을 거창한 사건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잠깐의 여행,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저녁, 익숙한 길을 벗어난 산책 같은 순간을 이야기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상태가 된다.

그 찰나의 순간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의 이미지가 자주 떠오른다.

바람, 길, 나무, 여행, 멈춤 같은 단어들이 일상의 장면과 어우러지며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그 풍경 속에서 삶의 의미가 은은하게 드러난다.

삶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일상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삶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 가까워지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타인에게 관대해지고 자신에게 겸손해지는 태도, 그리고 스스로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 그 과정 속에서 사람은 조금 더 깊어지고 조금 더 넓어진다.

『나는 일상에서 멀어지기로 했다』는 화려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대신 질문을 남긴다.

어떤 일상을 꿈꾸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일상을 위해 지금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그 질문에 조용히 답해보는 순간, 삶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하루를 새롭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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