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꽃인데 나만 그걸 몰랐네 나태주의 인생 시집 2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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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책표지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먼저 들썩였다.

나도 꽃인데, 나만 그걸 몰랐다는 제목의 고백은 위로라기보다 깨달음에 가깝다.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진실을 다시 배우는 기분이다.

한동안 표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숨을 고르고 책을 펼쳤다.

그 순간 명화와 시가 동시에 밀려와 마음의 문을 연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시집이 왜 청춘을 위해 모였다고 말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청춘은 나이의 구간이 아니다.

흔들리는 마음, 스스로를 의심하는 시간, 괜히 작아지는 밤을 견디는 모든 순간이 곧 청춘이다.

그래서 이 책은 특정한 누군가를 향해 있지 않다.

지금의 나를 정확히 향하고 있다.

명화와 함께 배치된 시들은 묘하게 서로를 닮아 있다.

꽃밭의 빛과 인물의 눈빛, 실내의 따뜻한 공기와 문장의 온도가 겹쳐진다.

그림을 먼저 보고 문장을 읽으면 색채가 마음에 번지고, 문장을 먼저 읽고 그림을 바라보면 감정이 깊어진다.

읽는 일이 감상이 되고, 감상이 곧 사유가 된다.

잠깐의 독서가 아니라 작은 전시회를 거니는 느낌이다.

이 시집의 언어는 삶을 오래 바라본 사람의 태도가 배어 있다.

바람과 별, 사랑과 기다림, 상처와 다짐을 거창한 개념으로 올려놓지 않는다.

일상의 결 위에 올려둔다. 그래서 더 와닿는다.

누구나 겪었지만 제대로 말로 붙잡지 못했던 감정들이 차분하게 정리된다.

읽다 보면 내 안에서 엉켜 있던 생각들이 스르르 풀린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감사와 존중의 시선이다.

세상을 향한 고운 마음이 기본값처럼 깔려 있다.

삶이 힘들다고 해서 삶을 미워하지 않는다.

사랑이 아프다고 해서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감정을 품은 채로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말한다.

다정하지만 나약하지 않다.

따뜻하지만 흐릿하지 않다.

그 단단함이 이 시집의 중심을 지탱한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멈춰 섰다. 문장 하나가 오래 남아 다시 돌아가 읽게 만들기 때문이다.

숨이 고르게 쉬어지고, 어깨에 힘이 조금 빠진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았다기보다, 나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는 감각이 남는다.

잊고 있던 빛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제목이 새롭게 다가온다. 나도 꽃이라는 사실을, 그동안 왜 그렇게 쉽게 잊고 있었는지 묻게 된다.

이 시집은 거창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자리에서 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의 한가운데서도, 흔들리는 순간에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고 속삭인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시집이 아니다.

마음이 흐려질 때마다 다시 펼치게 될 책이다.

명화와 시가 함께 건네는 조용한 응원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

읽고 나면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져 있다.

그리고 그 눈빛 속에서 비로소 나 자신을 꽃처럼 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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