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는 어떻게 부와 권력을 이끄는가 - 부의 흐름을 포착하는 풍수의 비밀
김두규 지음 / 해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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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풍수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학문이라는 오래된 인식을 벗겨내며, 이 책은 처음부터 대놓고 묻는다.

왜 어떤 도시는 부를 끌어당기고, 어떤 공간은 권력을 품는가.

그 질문 앞에서 머뭇거릴 틈을 주지 않는다.

『풍수는 어떻게 부와 권력을 이끄는가』는 풍수를 신비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맺어온 가장 현실적인 관계로 부각시킨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놀란 점은 풍수의 무대가 한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건축 풍수를 과학으로 규정했고, 2000년대 이후 이를 문화로 공식화했다.

홍콩과 타이완에서는 대형 건축물마다 풍수 컨설팅이 제도처럼 작동한다.

유럽 역시 풍수를 하나의 공간 해석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풍수는 동양의 전통 지식이 아니라, 이미 세계가 공유하는 공간 언어라는 사실이 이 책 곳곳에서 증명된다.

건축 풍수에 대한 시선도 인상 깊다.

건물 하나의 가치 상승에 그치지 않고, 주변 환경과 도시 전체의 흐름까지 이롭게 만드는 문화적 관계로 설명한다.

건물은 혼자 서 있지 않으며, 바람과 물, 지형과 시선, 인간의 동선과 감정까지 끌어안고 살아 움직인다.

홍콩의 빌딩 숲을 떠올리며 이 장을 읽다 보면, 도시가 거대한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산은 인물을 키우고 물은 재물을 늘려준다"는 격언으로 한양을 해석하는 대목은 특히 흥미롭다.

서울의 지형과 물길,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의 공통점을 짚어가는 과정은 역사 수업과 공간 탐험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설명은 친절하면서도 과감하고,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도시는 왜 여기에 이렇게 자리 잡았을까 하고 말이다.

자연의 언어를 따른다는 문장은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

풍수는 자연을 지배하려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이 이미 말해온 질서를 읽어내는 감각이다.

그 감각은 예술로 확장된다.

예술은 풍수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풍수를 바꾸기도 한다는 관점은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산수화를 읽는 법, 그림 속 기구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는 방법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 앞에서의 태도마저 달라진다.

물은 기를 빌려 어머니가 된다는 설명 이후, 그림 속 물길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기의 흐름을 품은 주체로 다가온다.

고흐의 그림을 풍수의 눈으로 해석하는 장면 역시 익숙한 이미지를 낯설게 뒤집는다.



사주와 풍수의 관계를 다루는 부분도 인상 깊다.

사주는 시간의 철학이고, 풍수는 공간의 철학이라는 문장은 오래 남는다.

시간과 공간이 분리될 수 없듯, 인간의 삶 역시 둘로 나뉘지 않는다.

홍길동의 사주를 예로 들며 사주를 통계도 예언도 아닌 시대문화로 설명하는 방식은 설득력이 있다.

선산과 태어난 집, 현재 사는 공간을 차분히 돌아보게 하는 흐름은 삶을 점검하는 또 하나의 지도처럼 느껴진다.



트럼프 타워와 가족 묘지를 풍수로 해석한 대목, 보석 도시 벨기에 앙베르와 익산을 비교하는 장면에서는 풍수가 경제와 산업, 선택의 문제로 확장된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이 책이 끝내 사람을 중심에 놓는다는 사실이다.

공간을 읽는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풍수는 더 이상 멀리 있지 않다.

내가 서 있는 자리, 매일 오가는 길, 오래 바라본 그림과 도시의 풍경이 새롭게 말을 걸어온다.

풍수는 부와 권력을 좇는 도구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흐르는 질서를 이해하려는 오래된 지혜임을 이 책은 차분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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