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 라이벌로 읽는 한국사 -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한국사를 바꾼 31번의 선택
신병주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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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표지부터 묘하게 긴장감이 생긴다.

'라이벌'이라는 단어가 가진 날 선 기운 때문이다.

역사는 늘 승자만의 기록처럼 읽혀 왔지만, 이 책은 시작부터 그 익숙한 관성을 비틀어 놓는다.

한 사람의 위업이 아니라 두 사람의 대립, 한 시대의 결단이 아니라 갈림길에서 마주 선 선택들을 앞에 세운다.

그렇게 책장은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듯 넘어간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연대기적 정리 방식에 있다.

삼국의 시조에서 고려, 조선을 지나며 인물들을 한 명씩 꺼내놓는 대신, 늘 둘을 나란히 세운다.

김유신과 계백, 이성계와 최영, 세종과 그 이후의 권력자들, 이순신과 원균 등등 라이벌이라는 틀 안에서 사건들이 궤도를 그리며 이어진다.

각각의 선택이 어떤 파장을 낳았는지,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졌는지를 차분하게 짚어준다.

역사를 요약하는 방식이 아니라, 흐름을 체감하게 만드는 서술이다.

읽다 보면 학창 시절에 만났던 기억에 남는 역사 선생님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판서 위주의 강의가 아니라, 사건의 앞뒤 맥락을 풀어내며 "그때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를 묻던 목소리다.

고려 초기와 후기의 복잡한 정치 구도가 특히 그렇다.

권력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왜 충돌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과장 없이 정리해놓아 부담 없이 읽히면서도 머릿속에는 또렷이 남는다.

특히 최영과 이성계의 대목에서 시선을 집중했다.

최영 장군의 묘가 현재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산에 있고, 1976년 사초 이후 풀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읽는 순간, 오래된 역사 시간이 현재와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교과서 속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땅 위에 흔적을 남긴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욱 실감난다.

이성계가 최영보다 스무 살이나 젊었다는 설명을 따라가며 나이 차이를 계산하다 보니, 그 시절 조정의 공기와 전장의 풍경이 머릿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세종에 이르러서는 분위기가 또 한 번 바뀐다.

세종대왕의 업적과 애민 정신이 라이벌이라는 틀 안에서 조명되니, 성취의 무게가 더욱 선명해진다.

백성을 향한 시선이 어떤 정치적 선택으로 이어졌는지, 그 결과가 조선 사회에 어떤 토대를 남겼는지가 차분하게 쌓인다.

그러나 승하 이후 벌어지는 세력 다툼의 서술에서는 다시 숨이 막힌다.

수양대군의 계유정란은 폭력이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권력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많은 생각을 남긴다.

이순신과 원균의 대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또렷해진다.

이순신의 위상은 점점 단단해지고, 원균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진다.

둘의 관계는 개인의 능력 차이를 넘어, 위기 앞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했는가를 묻는 질문처럼 다가온다.

영화나 드라마로 익숙해진 장면들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다시 배치되니, 감정에 기대지 않고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격동의 시대를 돌파한 인물들의 리더십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을 살아가는 정치가나 기업인, 예술가, 사업가의 얼굴이 겹쳐진다.

경쟁과 갈등 속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라이벌의 관계를 통해 인간관계의 모순과 선택의 책임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도 분명하다.

한국사의 시조부터 조선 500년까지를 라이벌이라는 구조로 엮어낸 대장정은 읽는 재미와 생각할 여지를 동시에 남긴다.

역사를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묵직한 여운이 남아, 책장을 넘긴 손끝에 시대의 온기가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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