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서점이란 결국 사람의 온도로 완성되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어떤 서점은 조용한 숨소리로, 또 어떤 서점은 음악처럼 들려오는 대화로 공간을 채운다. 모두가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서점을 그리다』의 가장 큰 매력은 그림이 말을 건넨다는 점이다. 페이지마다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의 화풍이 담겨 있지만 이상하게도 전체는 한 편의 따뜻한 동화처럼 이어진다.
서점의 고양이가 유유히 걸어 다니고, 창가에는 노랗게 빛이 번진다. 그 안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한 권의 책이 작은 마을이 된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속으로 손을 넣어 문을 열고 들어가 보고 싶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묘하게 향기가 느껴진다. 잉크 냄새, 종이 냄새, 커피 냄새, 오래된 책 냄새가 섞인 향. 그리고 그 향기 속에는 작가들의 마음이 있다.
한 장의 그림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담겨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색연필의 흔적 하나, 조명 아래 반짝이는 유리창의 빛 하나에도 작가들의 서정이 녹아 있다.
'서점을 그리다'는 결국 '사람을 그리다'라는 말과도 닿는다. 책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잇는 이들이 만들어낸 따뜻한 기록이다.
읽고 나면 당장 근처의 독립서점을 찾아가고 싶어진다. 페이지를 닫자마자 지도를 열고, 표시해 둔 주소를 하나씩 찾아본다. 현실 속에서도 이 그림 같은 공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설렌다. 그림 속 불빛이 현실의 창문 너머에서도 반짝이고 있으리라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