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빈자의 푸딩, 부자의 빵 부스러기」에서는 극명한 계급 차이를 날카롭게 드러내어 인상적이었다. 눈을 녹여 안약으로 쓰는 가난한 이들의 처지는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푸딩과 부스러기라는 사소한 음식의 차이가 삶의 무게를 갈라놓는 장면에서는, 우리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사소한 풍요가 얼마나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
또한 「행복한 실패」는 허드슨강을 배경으로 인간의 운명과 좌절을 다룬다. 실패라는 단어 앞에 행복을 붙여놓은 역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것은 패배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의 완성일 수도 있음을 일깨운다.
「빌리버드」에서는 더욱 선명하게 멜빌의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집단 속에서 개인이 부딪히는 모순, 제도의 냉혹함, 그리고 불가피한 희생의 아이러니가 압축되어 있다. 법과 권력의 이름으로 한 개인의 삶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이 단지 예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반복되는 구조적 비극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