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 은퇴와 노화 사이에서 시작하는 자기 돌봄
이병남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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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 《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결코 멈춤이나 퇴화가 아님을, 오히려 또 다른 시작이자 성장의 완성기임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기록이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제목처럼 단정하면서도 단호한 문장들이다. "늙지만 낡지 않으려면 성장할 수밖에 없다."라는 저자의 선언은 노년을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으로 바라보게 한다.

은퇴 이후, 그는 다시 자기 자신을 키워내는 일에 몰두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할 인생의 두 번째 성장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유별나게 다가온다.

저자는 LG인화원 사장을 지내며 20만 명의 사람을 길러낸 인사 전문가였다. 한때는 조직과 기업의 성장을 이끌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이라는 개인을 단련하는 훈련자로 돌아왔다.

글쓰기, 근력운동, 명상, 영성 모임 등 저자의 삶은 여전히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생명의 본질은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시 짚는다.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도 어른으로서 꼭 해야 할 말을 어떻게 건넬 수 있을까, 사람 사이에서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그의 성찰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묵직하고, 동시에 지금의 우리에게도 곧장 와닿는다.



책을 읽으며 특히 눈에 들어온 건 저자가 노년을 경쟁에서 벗어난 수용의 시간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젊었을 때처럼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휘둘릴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대신 지금의 나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삶을 단단히 지탱한다고 말한다. 이는 노년뿐 아니라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혜다. 바쁘게 달려가던 일상에서 문득 멈춰 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성장의 또 다른 길목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에는 특유의 서정성이 배어 있다. 중학교 시절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던 경력이 있다는 대목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 곳곳에서 시냇물 같은 문장이 흘러나온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노래하듯,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계절의 흐름, 산사의 고요 속에서 길어올린 문장들이 마음을 맑게 한다.

특히 여러 종교의 수도자들과 매월 한 번씩 이어간 영성 모임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10년간 지속된 이 모임이 저자에게 해독제이자 자양분이 되었다는 고백은 결국 삶을 지탱하는 힘은 관계와 나눔에서 비롯됨을 새삼 깨닫게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은 저자가 한국 사회의 산업화·경제 성장 과정을 자신의 체험과 함께 그려낸 부분이다. 한 개인의 인생사와 한 나라의 성장사가 맞물려 흐르는 지점에서, 우리는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성장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적인 회고록을 넘어 시대의 기록으로도 읽힌다.

읽는 동안 가장 마음에 남았던 건 삶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였다. 그는 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며, 그 길 위에서 자신을 다시 세운다. 늙음이 곧 쇠락이 아니라는 믿음, 그리고 "나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라는 당당한 선언이 책 전반에 흐른다.

이런 태도는 단순히 나이든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용기이고 자세다.



이 책은 노년의 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실은 모든 세대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성장 안내서다. 삶이 끝없이 이어지는 과정임을 잊지 않게 해주고, 지혜롭고 품격 있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길을 보여준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느낀 건 성장의 끝은 없고, 우리는 살아 있는 한 계속해서 더 넓고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노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든든한 길잡이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잔잔한 위로와 도전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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