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웠던 부분은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미국만으로 바꾸려 했던 에피소드였다. 단어 하나가 국가 정체성과 영토 개념을 뒤흔들 만큼 큰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이보다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연방기관은 명칭을 바꿨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도 법적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단어의 선택이 곧 권력의 확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언어 전쟁은 곧 정치 전쟁임을 이 책은 시사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경각심이었다. 우리가 무심히 쓰는 언어 하나가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고, 또 다른 누군가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책은 단어를 나열하는 사전이 아니라, 언어를 둘러싼 권력의 얼굴을 들추어내는 기록이다. 그리고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지금 벌어지는 것은 단어의 전쟁이며, 우리는 그 전쟁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