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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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꽃으로 피어나는 순수하고 맑은 사랑을 만나게 되었다.

이해인 수녀의 시집 『눈꽃 아가』를 펼친 순간부터였다.

겨울의 언어를 닮은 이 책은 하얀 눈꽃이 내 마음 위에 천천히 내려앉듯 시작되었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눈부신 속삭임이 가만히 들려왔다.

시가 이렇게 마음을 맑아지게 할 수 있구나!

이 책은 분명 기도하는 마음으로 쓰였을 것이다.

표지는 눈송이가 천천히 녹아내리는 설경처럼 단정한 인상을 준다.

한 점의 군더더기 없이, 흰 여백과 은은한 회색으로 감싼 눈꽃 아가라는 제목 아래, 이해인 수녀의 61년 기도와 침묵의 세월이 조용히 담겨 있다.

"시들이 언어의 벽을 넘어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기를" 이라는 표지의 문장처럼, 이 시집은 언어를 넘어 영혼으로 건네는 다정한 인사였다.

시집은 한글과 영문이 나란히 병기되어 있다.

익숙한 시어가 영어로 번역되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기도가 세계 어디서든 울림이 되어 날아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어가 날개를 달고 세계 속으로 날아다니는 것이다.

언어는 다르지만 그 안의 감정은 하나로 모인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사랑, 기다림, 기도, 희망이 바로 이 시집의 핵심이다.




책장을 넘기다 만난 <겨울 아가>라는 시는 내 마음을 오래 붙들었다.

눈보라 속에 피어난 연약한 꽃 한 송이, 그러나 지혜의 뿌리를 품고 추위를 이겨내는 존재.

그 이미지는 곧바로 사랑이라는 단어로 번져왔다.

하얀 눈꽃처럼 단순하고 투명한 사랑.

무언가를 더하거나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빛나는 사랑.

이해인 수녀는 그런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눈이 내릴 때마다 누군가가 떠오르고, 그리움이 쌓여가듯, 이 시집은 그런 내면의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이게 한다.

시를 읽다 보면 이해인 수녀님의 삶의 결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격렬한 고백 대신, 오래 바라보고 기도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언어들.

바람 속에서 피어나는 들꽃, 찬 바람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달빛, 구름 속에서도 끝내 웃음을 잃지 않는 존재들.

그런 이미지들이 수녀님 자신의 분신처럼 시 안에서 노래한다.


이해인 수녀의 시어는 조용히 다가와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새하얀 배경 위에서 고요히 피어나는 시 한 편이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멈춰 서게 만들고 위로를 건넨다.

그 틈새로 스며들어 순수한 사랑이 자리 잡는다.

꾸밈없는 언어로, 끝까지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며.

아해인 영문 시집 『눈꽃 아가』는 마음에 내리는 눈과 같다.

잠시 시끄러운 일상을 덮어주고, 내면 깊은 곳에 감춰둔 부드러움을 꺼내게 만든다.

기도처럼 조용히, 꽃처럼 생명력 있게.

그래서 이 책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 위로이다.

시는 여전히 누군가의 하루를 붙들 수 있다는 것을 이 시집은 조용히 증명한다.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고백이자 기도이자 사랑의 노래.

『눈꽃 아가』는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맑고 고요한 시의 힘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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