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 - 다정하고 담대한 모험가들, 베이스캠프에 모이다
WBC 지음 / 해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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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누구나 때로는 야성 넘치는 모험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 다른 세상을 만난 듯 호기심이 발동했다.

바쁘게 일정을 쪼개 살아가는 나날 속에, 갑자기 들판? 텐트? 땀 냄새와 벌레와 비바람을 견디며 자발적으로 야생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낯선 세계가 점점 궁금해졌다. 저자 김하늬, 김지영, 윤명해는 우먼스베이스캠프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여자로 살아가는 삶을 들판에서 재정의하고 있었다.



책을 보며 가장 먼저 와닿았던 건 띠지에 있는 말,

"이불 밖에는

심장 떨리도록 멋진 풍경이 있으니까.

나와서, 우리 함께 걷자"였다.

머리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여기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세상이 정해준 안전한 구획 안에서 멈추지 않고, 한 발을 더 내딛는 용기.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여정. 도시에서 잊고 지냈던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순간.

이 책은 그 여정을 따뜻하고 생생하게 풀어낸다. 엄마가 된 여성, 커리어를 가진 여성, 여행을 꿈꾸던 여성, 자연을 무서워했던 여성들이 하나둘씩 모여 낯선 곳에 텐트를 치고, 불을 피우고, 가스버너에 물을 올린다.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해냈다!'는 감탄으로 바뀌는 찰나가 이어진다. 이 책은 여자들의 그런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백패킹이라는 말에 겁부터 먹던 이들이, 이제는 가방에 최소한의 것만 넣고도 삶이 얼마나 가볍고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인상적인 장면은 엄마의 취미 생활은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챕터였다. 아이가 있는 여성에게 야외 모험은 종종 사치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엄마이기 때문에 모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상의 벽을 넘어 생존 감각을 회복하고,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잡기 위해서.

어떤 페이지에선 '아이와 함께 하는 모험이 또 다른 교육이다'라는 대목도 나온다. 말 그대로, 자연이 삶의 교과서가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야외생활을 다룬 다큐가 아니다. 장비 스펙이나 노하우에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모험하는 삶의 의미를 들려준다. 그 삶은 이불 속에서 인터넷을 보며 멍하니 시간만 보내는 일과는 전혀 다르다. 해가 지기 전에 텐트를 치고, 추위를 견디기 위해 직접 물을 끓이고, 나뭇가지 하나로 불을 붙이기까지—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의 주인이 되어간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은 공간을 넘어 마음의 베이스캠프를 세우는 일로 연결된다. 여자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 걸으며 만들어가는 작은 공동체, 바로 우먼스베이스캠프다. 이 커뮤니티가 특별한 이유는 모험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잘하려고'가 아니라 '함께하려고' 모인 이들의 이야기가 텐트 아래에서 시작된다.

사진 속 웃고 있는 여성들, 등짐을 짊어진 여자들, 깊은 숲길을 천천히 걷는 발자국들… 페이지마다 그들이 살아낸 시간과 감정이 묻어난다. 눈에 띄는 장면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말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은 도시에서 쌓인 무거움을 내려놓고 싶은 모든 이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도, 거창한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걷고, 멈추고, 나누고, 웃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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