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감탄할 만한 건 스크립트북의 구조다. 단순히 자막을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대사 위에 캐릭터의 표정, 움직임, 배경 상황이 함께 묘사되어 있어 영어 문장 너머의 감정선까지 읽을 수 있게 만든다.
올라프가 풀밭 위를 폴짝폴짝 뛰며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리듬감 있는 표현까지 담겨 있다.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리는 순간, 영어가 기억 속 영상과 연결되어 오래도록 남는다.
더불어 워크북 구성도 알차다. 영화 속 명대사와 표현을 다시 한 번 정리해주는 코너가 있어, 중요한 문장들은 한 번 더 짚고 넘어갈 수 있다.
어떤 표현은 말풍선에, 어떤 문장은 네모 박스 안에 큼직하게 강조되어 있어 복습하기에도 탁월하다. 문법이 아니라 감각으로 외우게 되는 영어, 이 책이 추구하는 방향이 바로 그것이다.
오디오북이 함께 제공된다는 점도 이 책의 강력한 무기다. 정통 성우진의 발음과 감정 연기를 그대로 담은 오디오를 들으며 스크립트를 따라가다 보면 듣기 실력은 물론, 억양과 말투까지 익힐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읽을 때는 놓치기 쉬운 뉘앙스들이 살아나면서, 영어가 생생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페이지마다 삽입된 스틸컷 이미지다. 올라프가 온천탕에 몸을 담근 장면에서는 미소 지은 채 머그잔을 든 그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진 한 장이 주는 감정이 크다.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장을 넘기는 순간 웃음이 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이야말로, 언어를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연결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