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헌법 에세이 - 일상 속 헌법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한 안내서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정필운 지음 / 해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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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헌법은 어렵고 접근하기 힘들게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법률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고개부터 절로 돌리게 되는 게 대부분 청소년들의 반응 아닐까.

그러나 『청소년을 위한 헌법 에세이』는 그런 선입견을 부드럽고도 똑똑하게 걷어낸다. 딱딱한 조문이 아니라, 생활 속 사례와 질문, 그림과 표, 일러스트를 통해 헌법을 말 그대로 나의 이야기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이 책은 시작부터 인상적이다. 표지엔 책과 법망이 뒤섞여 있는 가운데, 아이들이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 장면이 의미하는 건 명확하다. 법은 나와 상관없는 추상적인 질서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언어라는 것. 헌법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 인권을 기술한 가장 근본적인 법이고, 이 책은 바로 그 근간을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해설하고 있다.

구성 또한 정돈되어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권리들이 사실은 헌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 헌법은 책 속 문장이 아니라 내 일상과 연결된 현실이 된다.

직업 선택의 자유, 표현의 자유, 교육받을 권리 등 하나하나의 조항이 구체적인 사례로 살아 숨 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 스스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법률과의 차이점도 또렷하게 짚어준다. 헌법은 민법이나 형법처럼 개별 사건을 다루는 법이 아니라, 그 모든 법위에 있는 규범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즉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국가와 시민 사이의 약속이자, 나의 삶을 지켜주는 방패 같은 것이다. 법이 무기라면, 헌법은 그 무기를 사용하는 목적과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에 가깝다.



책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코너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는 토론 수업이나 독서토론, 논술 수업에도 안성맞춤이다. 이 코너는 정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며,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준다.

가령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가가 부유한 사람에게도 기본권을 똑같이 보장해야 할까?' 같은 질문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지, 형평, 책임 등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헌법과 연결시킨다. 고등학교 통합사회 수업에서 헌법을 다룰 때나 수능 논술·면접 대비용으로도 매우 유용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이 책은 교과서에서 보기 힘든 세계사와 헌법의 연결성도 놓치지 않는다. 종교개혁, 프랑스혁명, 계몽주의 사상을 통해 헌법의 탄생 배경을 이야기하고, 권력분립이란 개념이 왜 등장했는지 역사적 맥락까지 설명한다.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하듯 서술되어 흡입력이 높다. "신은 세상에 두 개의 칼을 내려주었으니, 하나는 교황에게, 하나는 왕에게"라는 중세의 표현은 교과서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헌법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헌법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지켜야 하고, 모두를 지켜주는 법이다.

그 안에서 나의 권리뿐 아니라 타인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걸 배우게 된다. 그렇게 헌법은 배움의 대상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태도로 전환된다. 이것이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미덕이다.



살다 보면 어려운 게 아니라, 몰라서 어려운 것들이 있다. 헌법이 그랬다. 몰랐기에 어렵게 느껴졌고, 어렵다고 여겨져 멀리했지만, 막상 이 책을 통해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가니 생각보다 친근하게 다가왔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와 내가 책임져야 할 의무, 그 사이의 균형을 고민해보는 일.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시민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청소년을 위한 헌법 에세이』는 그 걸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책이다. 헌법이라는 이름의 높은 벽 앞에서 막막했던 청소년들에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열쇠를 건네주는 책이다.

처음으로 헌법을 읽는 사람, 법이 낯선 사람, 토론과 논술을 준비하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은 든든한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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