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탄소중립의 시대에 여행이 과연 옳은가를 묻는 자기반성도 담겨 있다.
저자도 지구를 위해서는 여행을 멈추는 것이 답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떠남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파편처럼 흩어진 지구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며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광휘를 기록하려는 그의 태도는 이기적인 도피가 아니라 생명과 감각을 일깨우는 간절한 애정처럼 느껴진다.
책 속에는 파타고니아의 야생에서부터 유럽 알프스, 아프리카의 대초원, 키르기스스탄의 초원에 이르기까지 생동감 넘치는 묘사들이 가득하다.
단순히 장소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그곳의 공기, 소리, 냄새, 사람들의 눈빛까지도 함께 담아낸 듯한 표현들이 이어진다.
특히 키르기스스탄 편에서는 해발 3,500미터 고원에서 만난 현지 청년들과의 교류, 그리고 초록의 대지에서 느낀 마음의 평화 등 이 책을 읽는 내내 눈앞에 풍경이 그려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