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 서울 이야기 - 우리가 몰랐던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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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왕의 도성이 아니라, 백성의 서울이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진짜 한양의 얼굴이 펼쳐진다.

조선의 수도 한양은 궁궐 안에서만 숨 쉬지 않았다. 골목마다, 시장마다, 흙먼지 이는 장터마다 사람들이 있었다.

왕의 행차는 기록되었지만, 우물가에서 물을 긷던 여인의 하루는 사라졌다.

『우리가 몰랐던 옛적 서울 이야기』는 그런 이름 없는 하루들을 다시 불러낸다.

화려한 정치의 무대가 아니라, 장터의 왁자지껄한 소리, 우시장 뒷골목의 냄새, 진고개의 진흙탕 속에서 허리 굽혀 살아낸 사람들의 서울, 그곳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책장을 펼치면 익숙한 지명이 낯선 이야기로 되살아난다.

왕십리는 조선의 배추와 미나리를 길러 한양에 공급하던 들판이었고, 진고개는 비만 오면 진흙탕이 되어버리는 상인들의 애증의 골목이었다.

육의전 뒷골목에서 소리를 팔던 사람들, 장사를 하다 해가 저물면 도성 밖으로 밀려나야 했던 사람들.

이들은 조선시대 서울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그들의 삶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이 책은 그 빈칸을 사람 냄새 나는 언어로 채워 넣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조선의 일상이 얼마나 지금과 닮아 있었는지에 대한 발견이었다.

예를 들어, 술에 관대한 유교 문화 속에서 임금이 신하들과 주연을 벌이고, 취중에도 정사를 논했다는 장면은 지금의 회식 문화와도 겹친다.

영조가 83세까지 주치의 없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절제된 식사와 건강한 음주 습관이 있었다는 설명을 보며, '옛날 사람들도 다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이 유교 국가였다고만 여겼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인간적인 조선을 다양하게 펼쳐 보여주어서 다시 생각하게 해줄 것이다.

또한 인물 중심의 역사가 아닌 공간 중심의 역사서라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성균관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인재들이 꿈을 품고 걷던 길이었고, 동대문 일대는 의복과 천이 흘러다니던 살아 있는 경제 중심지였다.

지도 위에서 한양을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역사들이 책 속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그려진다.

특히 1900년대 초반의 사진 자료들은 우리를 그 시대로 생생하게 불러들인다.

전차가 처음 서울 거리를 달리던 장면, 고무신을 신은 아이의 뒷모습까지—모두가 다큐멘터리보다 진하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책을 읽으며 서울이라는 도시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우리는 종종 서울을 현재의 풍경, 고층 건물과 빠른 속도, 빛나는 간판들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이 책은 서울을 재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장사를 하고, 밥을 짓고, 아이를 키우고, 길을 닦은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서울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서울의 역사라는 거대한 담론을 어렵지 않게 필름을 돌려보듯이 펼쳐 보여준다.

사라진 풍경에 귀 기울이고, 기억 속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다시 시선을 주게 한다.

『우리가 몰랐던 옛적 서울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책이다. 조선시대 서울의 진짜 역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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