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지혜를 배운다는 것은 짜릿한 일이다.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을 흔들어놓던 감정의 뿌리를 뽑고 그 자리에 단단한 생각의 씨앗을 심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를 아프게 한 말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었다』는 바로 그 씨앗을 건네주는 책이다.
철학자이자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오늘의 언어로 옮겨낸 이 책은 상처로 물든 일상에 자아성찰의 렌즈를 들이대게 만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자존감은 누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달려 있음을 배웠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하루가 무너졌던 적이 있다. '왜 저런 말을 했을까?', '내가 뭘 잘못했나?'를 곱씹으며 끝없는 자기 검열에 빠져들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나를 아프게 한 건 그 말이 아니라, 그 말을 내가 해석한 방식 때문이다."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내 안에 들여놓고 상처받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그것은 나의 해석이자 선택이 된다.
이 문장을 마주한 순간, 오래도록 내 안에서 부식되던 상처 하나가 스르르 벗겨지는 듯했다.
책을 펼치면 한 편의 정제된 일기처럼, 실용 철학과 자기 성찰이 맞닿아 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타인의 감정까지 책임지려 하지 말 것’, ‘우리가 보는 것은 관점이지 진실이 아니다’라는 소제목은 이미 목차만 봐도 삶의 방향을 가늠하게 만든다.
특히 "그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너는 너답게 행동할 수 있다"는 문장은 반복해서 곱씹게 된다. 내 반응은 나의 것이며, 상황이 아니라 나의 품위가 그것을 결정한다는 것.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깊고 묵직한 울림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강한 사람이 무엇인지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세상에 벽을 치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 아니다. 진짜 강한 사람은 상처받은 후에도 스스로를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우렐리우스는 말한다. "행동을 방해하는 것이 오히려 행동을 완성시킨다. 장애물은 곧 길이 된다." 인생에서 마주한 모든 어려움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걸, 고대 철학자의 문장 속에서 새삼 실감했다.
특히 이 책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고전을 번역한 데에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언어로 재구성하여 우리 삶에 밀착시켰기 때문에 인상적이다.
고대 로마의 철학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이유는 인간의 본성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말 한 마디에 상처받고, 불안과 결핍 속에서 흔들린다. 이 책은 그 흔들림의 중심에서 나를 다시 붙잡을 수 있게 해준다.
읽는 내내 '나는 지금 이 삶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를 되묻게 된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단지 위로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나를 통째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타인의 기준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는 것. 그 작은 태도 하나가 삶을 완전히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
아우렐리우스의 지혜를 잘 엮어낸 이 책은, 삶의 한가운데에서 버티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철학적 단서이자 현실적인 나침반이다.
고전이 어렵게 느껴졌던 이들도, 이 책을 통해 철학을 수월하게 접근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