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나태주 지음 / 니들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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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은 거창하거나 요란하지 않다.

오히려 소박하고 익숙한 말들로 우리의 날들을 어루만진다.

평범이 비범이 되는 순간, 이 책은 그 장면을 잊지 않고 붙잡아서 들려준다.

시인이 회복기 환자의 눈을 가져야 한다는 보들레르의 말처럼, 나태주 시인은 사소하고 연약한 것들을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남들이 지나치는 흔한 풍경, 무심히 던지는 말 속에서도 그는 아픔을 읽고, 회복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병상에서 서서히 회복하는 이가 그러하듯, 삶의 균열 사이로 스며드는 희망을 놓치지 않고 붙든다.

그래서 그의 시와 글에는 늘 조심스러운 다정함이 있다.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에 말없이 놓인 찻잔처럼, 그는 섣불리 판단하거나 훈계하지 않고, 그저 곁에 머물며 따뜻한 시선을 건넨다.

이 책에는 섬세한 온기가 배어 있다.

그것은 이 책이 시가 인생이고, 인생은 한 편의 시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문장들은 꾸미지 않았으면서도 평범한 듯 깊다.

"너 오늘도 충분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괜찮으니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마라." (15쪽)

평소 나태주 시인의 시에서 보던 글귀가 어떤 계기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니 더욱 깊은 여운이 남는다.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문장 하나하나가 갑자기 떠오른 것이 아니라, 긴 시간 삶을 곱씹고 마음속 상처를 어루만지며 길어 올린 결과였다는 사실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시인의 말처럼 "시는 인생이고 인생은 한 편의 시"라면, 그 시가 어떤 풍경에서 자라났는지 들여다보는 일 또한 인생을 더 깊이 이해하는 일이 된다.

이 책은 그래서 나태주 시인의 시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따라가는 여정이자,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누군가를 달래주거나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한 발 물러서서 조용히 등을 토닥인다.

너무 앞서가려 하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서 숨 고르기를 하라고 말이다.

『풀꽃』을 쓴 시인답게 나태주는, "고난을 겪고 꽃을 피워 우리에게 오는 것이지요"라며 말한다.

삶에 시련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지나고 나면 꽃처럼 맑은 향기를 품을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정서이다.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미 우리는 충실히 살아내고 있다고, 시인은 끊임없이 전한다.




책 곳곳에 스웨덴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이 실려 있어 문장을 읽는 즐거움에 더해 눈으로도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된다.

그가 그려낸 정원과 마당, 가족과 아이들이 있는 평온한 풍경은 나태주 시인의 말과 잘 어우러진다.

시와 그림이 서로를 완성해주는 한 쌍의 문장처럼, 따뜻하고 서정적인 조화를 이루며 페이지마다 작은 쉼표를 선물한다.

이 그림들은 기억 속 고향의 마을처럼 정겹고 그리움을 품고 있어서 더욱 서정적이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이 한 권의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화이자 시집이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모두가 일상의 귀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을 때, 이 책은 그 일상 속의 시적 순간을 새삼 일깨워 준다.

책에는 여기, 바로 여기가 우리가 돌아갈 곳이고 살아갈 이유라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은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하고,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지금 지치고, 너무 열심히 살아오느라 잊고 있었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시 데려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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