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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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말은 어렵다. 어떻게 말해야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창의력의 원조, 한국 지성의 거장 이어령.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는 말의 본질을 통찰하는 지적 현장이다.

이어령의 말은 그 자체로 예술이자 철학이다. 말로 시대를 꿰뚫고, 언어로 세계를 새롭게 그려낸 사람. 그가 생전에 남긴 스피치 수업을 책으로 마주한다는 것은, 말에 깃든 깊은 사유를 직접 전해 받는 소중한 순간이다.



이 책은 이어령의 생전 강의를 접하는 듯 읽어나갈 수 있다. 종이에 인쇄된 문장이지만, 그의 육성이 귀에 맴도는 듯한 감각이 있다. 수업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말을 건네듯 이끄는 문장들 속에는 말에 대한 철저한 사유와 언어적 감각이 살아 있다.

그는 말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서 피어나는 생명력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상대를 울리는 한 문장은 수천 마디의 언변보다 강하다." 이 문장은 이 책 전체의 방향을 드러내며, 말이라는 것이 결국 마음의 진동을 일으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어령은 말하기를 단지 표현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는 말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관계 맺는 방식, 말이 지닌 시간성과 상징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고한다.

'말은 씨앗이다'라는 구절처럼, 그는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에도 생명의 잠재력이 깃들어 있다고 본다. 씨앗을 뿌리듯 말도 뿌려지고, 자라며, 때로는 누군가의 마음을 자양분 삼아 다시 피어난다. 이 비유 하나에도 그가 언어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다뤘는지 알 수 있다.


화합을 배우고 불가능의 벽을 뛰어넘는 묘미를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는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이 충돌하는 순간에도, 말 한마디가 다리를 놓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령은 말이 갈등을 조장하는 무기가 아니라, 경계를 허물고 마음을 연결하는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언어가 서로를 배척하는 수단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모색하는 창구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불가능해 보이던 상황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말의 힘으로 더 나은 내일을 그릴 수 있다는 신념을 되새기게 만든다.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는 특정한 목적의 말하기를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말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과 관계를 다시 원활하게 하고 싶은 사람, 언어가 가진 깊이를 새롭게 마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책이다.

이어령의 스피치는 화려한 수사로 사람을 사로잡기보다는, 언어의 본질과 사람의 내면을 꿰뚫는 힘으로 다가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을 나누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언어의 감각이 이 책 속에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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