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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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단숨에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의 말에는 단어 하나하나에 깊이가 스며 있고, 문장은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듣는 순간 마음속에 파문이 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겉으로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삶을 꿰뚫어 본 통찰에서 비롯된 힘이다. 그의 말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중력이 있다. 순간적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곱씹을수록 더욱 깊어진다. 처음에는 가볍게 스치는 듯하지만, 어느새 마음 한편에 단단히 자리 잡아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이어령의 말』은 이어령 선생이 남긴 방대한 글과 말 중에서 핵심적인 문장들을 골라 한 권에 담은 책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그의 문장이 전하는 깊은 사유에 빠져들게 된다. 주제는 마음, 인간, 문명, 사물, 언어, 예술, 종교, 우리, 창조 등으로 나뉘어 있지만, 결국 모두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의 말은 강한 논리로 설득하려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물처럼 스며들고 바람처럼 흔든다. 핵심을 꿰뚫는 빛나는 언어들이 담겨 있어서, 한 줄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멈춰서 생각하게 된다. 언뜻 간결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삶을 통찰하는 깊은 시선이 깃들어 있다.

그의 문장은 감탄을 자아내는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오랜 시간 곱씹을수록 더 큰 울림을 주는 사유의 결정체다. 짧은 문장 하나가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기도 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기도 한다. 한 줄의 말이 작은 파문처럼 번져나가 감정과 생각을 뒤흔들고, 문장을 곱씹을수록 그 의미가 점점 더 깊어진다.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한 문장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사고를 확장하도록 이끌어준다.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이 되어 마음 한편을 흔들어 놓는다. 그의 말이 남기는 울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문득 떠오르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씩 바꾸어 놓는다.


이어령 선생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지성이었다. 문학과 언어를 연구하면서도 인문학과 과학, 철학과 예술을 넘나들었다. 그의 글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깊이 있는 성찰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떤 말을 남길 것인가?', '내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속에는 한 시대를 살아온 지성의 고민과 통찰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이어령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소중한 유산이며, 깊이 있는 사유의 흔적이다. 직접적인 가르침을 주기보다, 한 줄의 말 속에 오랜 사고의 흔적을 남겨 스스로 길을 찾도록 안내해준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

미래학자들 말이 틀리는 이유 알아?

그들은 언제나 '이런 세상을 만들자'가 아니라 '이런 세상이 온다'고 말해.

하지만 미래는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

그렇다고 역사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지.

그 비전이 천천히 오더라도 오늘 그것을 보여줘야 해.

(119쪽)

책을 덮고 나면 오랜 스승과 대화를 나눈 듯한 느낌이 든다. 그의 문장은 지금도 살아 숨 쉬며 말을 건넨다. 『이어령의 말』은 삶을 사유하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인문학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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