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투명성 - 경험의 본질을 관조하다 명상의 정수
루퍼트 스파이라 지음, 김주환 옮김 / 퍼블리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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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어떤 책은 빠르게 읽고 넘길 수 없다. 문장을 머금고, 다시 음미하며, 마음 깊숙이 스며들도록 기다려야 한다. 루퍼트 스파이라의 『사물의 투명성』이 그런 책이다. 한 문장을 읽고 곱씹다 보면, 어느새 생각의 틀이 흔들리고, 익숙했던 현실이 낯설어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어떠한 면에서 한 편의 음악 작품처럼 쓰였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탐사하고, 질문하고, 변조하고, 다시 서술합니다. 하지만 매번 중심 주제로 돌아올 때, 앞서 일어난 관조로 이 책에 깊이와 공명이 더해지길 바랍니다. (22쪽)

지금 경험하는 모든 것은 진짜일까? 우리가 믿어온 현실은 과연 실재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의식의 결을 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한다.

읽고, 머물고, 다시 곱씹으며 천천히 소화하는 동안, 우리는 기존의 믿음에서 벗어나 보다 투명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 루퍼트 스파이라는 아드바이타 베단타 전통을 기반으로 불이론(Non-Dualism)을 연구해 온 철학자이자 명상가로, 직접적인 길(Direct Path)을 통해 의식의 본질을 즉각적으로 깨닫도록 안내한다. 그는 의식이 모든 경험의 근원이며, 개별적인 라는 개념이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 있음을 강조한다.

이를 한국 독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내면소통』 『회복탄력성』의 저자 김주환 교수번역을 맡았다.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이기도 한 그는 원문의 깊이를 살리면서도 한국어의 흐름에 맞춘 유려한 번역으로, 독자들이 철학적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루퍼트 스파이라는 불이론(Non-Dualism)의 관점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는 세상과 자아를 구분하는 경계가 허상임을 밝히며, 의식과 존재의 근본적인 속성을 탐색한다. 이 책은 철학적 사유를 넘어 깊은 내면의 변화를 유도한다. 읽는 과정 자체가 명상과도 같아, 사색을 넘어 직접적인 경험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의 사상은 아드바이타 베단타 전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접근법은 실용적이다. 복잡한 논리나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적인 길(Direct Path)을 통해 자아의 본질을 깨닫도록 돕는다.

핵심은 '의식'이다. 모든 경험의 바탕에는 의식이 있으며,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의식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나'라는 존재도 하나의 개별적인 실체가 아니라, 더 큰 의식의 흐름 속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책장을 덮어도 사유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부터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평소 당연하게 여기던 감각, 생각, 정체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점차 새로운 관점이 스며든다. 이 책은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문장을 곱씹고, 한동안 머물며, 그 의미를 삶 속에서 체화해야 한다.

김주환 교수의 번역도 돋보인다. 난해할 수 있는 개념을 명확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내어 독자가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돕는다. 직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의 핵심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다듬어진 문장들 덕분에, 불이론이라는 철학적 개념이 보다 친숙하게 다가온다.

『사물의 투명성』은 사색을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실천적인 책이다. 의식을 탐구하는 과정은 이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태도를 바꾸는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불필요한 경계를 세우지 않고,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내면의 긴장이 풀리고 더욱 유연해진다.

우리가 찾는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외부에서 찾으려 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며 헤맨다. 루퍼트 스파이라는 『사물의 투명성』을 통해, 우리가 구하는 진리는 애초에 사라진 적이 없으며, 단지 우리의 인식이 그것을 가려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의식의 본질을 탐구하며, 우리의 존재가 본래부터 충만한 상태였음을 일깨운다. 평온, 자유, 충족감—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들은 이미 의식 속에 내재해 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외부에서 찾으려 하다 보니 오히려 더 멀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잘못된 탐색을 멈추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명상의 여정을 떠나는 것과 같다. 하나의 문장을 읽고, 멈춰 서서, 깊이 들여다본다. 그 과정에서 이전과 같은 '나'로 남아 있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사물의 투명성』은 그런 책이다.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해야 하는 깨달음을 품고 있다.

익숙했던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무엇이 실재하는지 다시 질문하게 된다. 『사물의 투명성』은 서둘러 읽을 책이 아니다. 오랫동안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으며, 천천히 체화해야 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투명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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