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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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어떤 소설은 등장인물의 생동감이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설자은, 불꽃을 쫓다』의 설자은이 그렇다.

그녀는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라기보다, 금성의 골목을 누비며 진실을 좇는 집사부 대사다.

날카로운 추리력과 따뜻한 공감을 동시에 지닌 그녀는 냉철한 판단력을 보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

불길 속에서도 길을 찾아내는 그녀의 여정은 미스터리를 넘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정세랑. 소설가이자, 늘 새로운 이야기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작가다.

『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통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였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녀 특유의 유쾌함과 깊이 있는 통찰이 빛을 발한다.

정세랑은 기존의 역사소설이 보여주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역사의 한가운데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신라를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신라라는 시대적 배경이 이야기 속 캐릭터들이 부딪히고 고민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과거를 철저히 고증하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세련된 감각을 더했다.



이 책은 통일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명랑 미스터리 소설이다.

금성의 거리를 종횡무진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설자은은 논리와 직관을 넘어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을 마주한다.

집사부 대사로서 왕과 귀족의 뒤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그녀는 예리한 통찰력과 강한 신념을 지닌 인물이지만, 타인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공감 능력이야말로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한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누명을 쓴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며, 때로는 자신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으려 한다.

그녀가 풀어가는 사건들은 범죄 해결을 넘어, 사회 속에 얽힌 이해관계와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금성의 한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 그 시작이다.

사람들은 불귀신 지귀의 저주라고 두려워하지만, 설자은은 잿더미 속에서 기이한 단서를 발견하고 화재의 배경을 파헤친다.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타버린 집터만이 아니라, 어떤 이의 숨겨진 의도와 치밀한 설계다.

이어지는 사건은 그녀가 직접 피해자가 되는 납치 사건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그녀의 조력자들은 모든 단서를 모아가며 그녀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한편 그녀가 풀어야 할 마지막 사건은 신라의 오소경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습격이다.

밤마다 산적들이 마을을 습격하는데, 그들은 신라인과 백제인을 구분하며 특정 사람들만을 노린다.

설자은은 이 사건 속에서 신라 내부에 감춰진 갈등과 과거의 망령이 어떻게 현재를 흔들고 있는지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는 매력적인 주인공과 함께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로 이어지며,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설자은 이야기를 더 찾게 될 것이다.

신라의 골목과 궁정, 시장과 사찰을 넘나들며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과정은 설자은과 함께 진실을 쫓는 탐정이 된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순간의 쾌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주는 놀라움, 그리고 설자은을 둘러싼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은 한 장 한 장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이들에게도 이 책이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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