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수집가들
피에르 르탕 지음, 이재형 옮김 / 오프더레코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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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파리의 한적한 골목을 거닐며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골동품 가게 내부 모습에서 누군가의 취향과 시간을 만날 수 있었다.

피에르 르탕의 『파리의 수집가들』은 그렇게 바라본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들은 모양과 용도를 넘어, 주인의 영혼과 시간을 담는 용기가 된다.

피에르 르탕은 이러한 물건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섬세한 필치와 깊은 통찰로 풀어낸다.

이 책은 피에르 르탕이 생전에 경험한 수집의 세계와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리, 런던, 뉴욕, 모로코 등 다양한 장소와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수집의 여정은 물건을 통해 삶의 정체성과 욕망을 탐구한다.

피에르 르탕 특유의 펜과 잉크로 그려낸 70여 점의 일러스트는 책의 매력을 더하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생동감 있는 장면을 선사한다.



피에르 르탕 Pierre Le-Tan(1950-2019)

'20세기 일러스트레이션의 마스터'로 칭송받는 아티스트이자, 수많은 예술애호가들의 취향을 사로잡은 컬렉터. (책 속에서)

지금부터 나는 어떤 의미로든 나를 사로잡았던 몇몇 컬렉션과 그 소유자들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 작은 목록은 모든 종류의 컬렉터를 거론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내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거나, 나를 궁금하게 하거나, 기꺼이 기억하고 싶게 만드는 각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긴다. (13쪽)



피에르 르탕에게 수집은 시간을 붙잡으려는 시도이자, 자신의 취향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었다.

피카소가 친구들에게 만들어준 담배꽁초 케이스, 오래된 레코드 플레이어, 낡은 책 표지 등은 이야기를 품은 하나의 작은 우주와 같았다.

이 모든 요소가 『파리의 수집가들』 속에서 감각적으로 되살아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집가들은 각자의 독특한 시선과 이야기를 통해 수집의 의미를 재해석한다.

전 루브르 박물관장은 예술에 대한 열정을, 파산한 귀족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정을, 샤넬의 조향사는 자신의 작업 철학을 물건에 담는다.

이들의 이야기는 수집이라는 행위가 삶과 기억을 담아내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특히 피에르 르탕 자신이 수집품을 통해 경험한 기쁨과 슬픔, 집착과 해방의 순간들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읽으며 물건이 가진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은 단지 장식이나 도구를 넘어 우리의 기억, 취향, 그리고 삶의 방향을 담고 있는 작은 조각들이다.

피에르 르탕이 그려낸 일러스트와 이야기는 수집을 삶의 철학으로 보게 만든다.

물건 하나하나가 주는 기쁨과 위안, 그리고 때로는 슬픔까지도 수집의 일부로 느껴진다.

이러한 감정은 우리 삶의 본질적인 면과 연결되며, 수집이라는 렌즈를 통해 예술과 삶,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세계가 사랑한 예술가 피에르 르탕의 취향과 소유에 대한 아름다운 사색을 담은 이 책이 작가 사후 초판 발행 10주년 기념 특별 개정판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르탕은 열일곱 살에 「뉴요커」의 표지 그림으로 데뷔하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지만, 그의 진정한 정체성은 예술과 수집이라는 두 축 위에서 빛난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깊이 있는 이야기는 예술과 삶의 가치를 새롭게 느끼게 한다.

『파리의 수집가들』은 그가 평생에 걸쳐 모은 물건들과 그 물건들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수집이라는 행위가 물건 모으기를 넘어 삶과 시간을 되새기는 작업임을 보여준다.

피에르 르탕이 남긴 사색과 정취의 흔적을 『파리의 수집가들』과 함께 나누며, 수집의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물건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특별한 계기를 선사한다.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 삶을 채우는 물건 하나하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예술과 사색, 그리고 삶 그 자체를 깊이 있게 느끼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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