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1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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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조선 천재 3부작 중 '다산'이다.

정약용이라는 인물이 지닌 방대한 사상과 치열한 삶을 문학적 언어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역사적 인물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산은 실학의 거목이자 조선 사회를 혁신하려 했던 선구자로, 그의 삶은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조선 후기의 격동과 맞닿아 있다.

한승원은 이 소설을 통해 다산의 고뇌와 열망, 그리고 그의 인간적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그 시대를 함께 호흡하게 만든다.

다산의 철학은 현실에 기반을 두었고, 그의 실천은 시대를 앞서갔다. 그의 저서,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한승원의 서사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다산》은 조선 천재 3부작의 일환으로, 정약용을 통해 인간다움과 사유의 본질을 탐구하며,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다산 1》을 펼치는 순간, 정약용이라는 거대한 인물의 삶이 세밀한 붓질로 그려진 화폭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사소한 디테일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한승원의 필치는 독자를 한 시대의 중심으로 단숨에 끌어들인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아버지이자 뛰어난 문학가로 평가받는 그는 정약용의 내면을 깊이 탐구하며 그의 사상과 철학을 생생히 복원해낸다.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정약용의 삶이 한 편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그가 겪었던 고뇌와 열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는 시대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사상과 철학을 끊임없이 고민했으며, 인간다운 삶을 꿈꿨다.

한승원의 글은 정약용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가 살았던 시대의 숨결을 생생히 전달한다.

시대와 맞섰던 한 인물의 고뇌와 실천이 한승원 작가의 필치로 되살아나니, 정약용과 함께 그의 여정을 걸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느낀다.



한승원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목선」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고향인 전남 장흥의 울산마을에서 바다를 시원으로 한 작품들을 꾸준히 써오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거문고는 왜 신의 악기인가

수많은 누에고치들의 순절 때문이네.

그들의 몸을 비틀어 꼰 울음은

혼의 선율이 되고 그 선율은 빛이 되고

찬란한 빛은 새가 되어

펄펄 하늘 한복판으로 날아가네

(5쪽)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거문고 여섯 개 줄은 누에고치 2만여 개의 실오라기들을 겹겹으로 비틀어 꼬아 만든 것이니, 거문고의 아름답고 구슬픈 소리는 에밀레종 소리처럼 죽음의 고통을 비틀어 꼬아낸 혼의 빛이라는 것이다.

이 첫 문장에서부터 정약용이라는 인물과 그의 세계로 단숨에 빨려 들어간다.

거문고 줄의 비유는 다산의 삶과 닮아 있다. 시대의 모순과 고난 속에서 그는 자신을 단단히 다듬으며, 깊은 사유와 실천의 결실을 이룩했다.

이 소설은 정약용의 치열했던 삶과 그 속에서 빛난 사상의 조화를 거문고 선율처럼 엮어낸다.

"나 이제 가야겠다." 정약용의 회혼일 잔치 마당은 일순간에 정약용의 장례 준비 마당으로 변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보여주었다.

회혼일의 기쁨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죽음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듯 담담히 그 길을 받아들였다.

그의 생애는 이 순간처럼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떠나는 순간에도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듯했다.

잔치와 장례가 겹쳐진 그 자리에서, 그의 가족과 지인들은 한 시대를 함께한 이의 마지막 숨결을 느꼈을 것이다.

정약용의 마지막 말은 자신의 길을 온전히 걸어온 한 인간의 담담한 마침표였다.

1권에서는 정조와 정약용이 서로의 신념과 철학으로 연결된 깊은 관계를 보여준 장면이 인상적이다. 정조는 개혁군주로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고, 정약용은 그 비전에 부응하며 실학적 사유와 정책을 통해 조선을 혁신하려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신하와 임금의 관계를 넘어섰다. 같은 꿈을 꾸는 동반자, 그 이상으로 소통이 잘 되는 관계였다.

정조는 정약용의 능력을 신뢰하며 그에게 중요한 임무들을 맡겼고, 정약용은 왕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했다. 책 속에서 이들의 대화와 교감은 시대를 넘어선 지적 교류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정조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깊은 단절을 겪는다. 이 순간은 다산의 삶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자, 그의 유배 생활로 이어지는 서사의 시작이 된다.

1권은 정조와 정약용의 관계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탐구하며, 한 시대의 열망과 그 뒤에 감춰진 한계를 생생히 드러낸다.


정조가 죽고 나서 정약용은 폐족이 되어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정조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잃은 그는 조선의 정치적 풍랑 속에서 추락을 피할 수 없었다. 그의 개혁적 사상과 행보는 새로운 권력자들에게 불편한 존재로 비쳤고, 결국 유배라는 가혹한 현실을 맞이하게 된다.

유배 생활은 그에게 큰 시련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유와 창작의 시간을 허락했다. 그는 고립된 섬과 외로운 산골에서 스스로를 단련하며,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어갔다. 폐족으로 낙인찍힌 그의 삶은 좌절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이러한 고통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더욱 정제하고, 방대한 저술을 남기며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정조의 죽음 이후 폐족으로 몰락한 정약용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몰락과 부활을 넘어,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낸 한 지성인의 고뇌를 담고 있다. 그의 삶은 역경 속에서도 인간의 가능성과 사유의 힘이 얼마나 강인한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이 소설에는 정약용의 인간적인 면모를 상세하게 조명한다. 특히 일상적인 모습까지 놓치지 않고 전부 담아낸 듯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통해 인간 정약용을 새롭게 만나보게 되었다.

그는 단지 사상가나 학자로서만 존재한 것이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고 유배지에서 고뇌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간 인간이었다. 그의 고민과 웃음, 때로는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모습이 생생히 그려지며, 그의 삶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다.

다산의 삶을 입체적으로 되살린 책이며, 세세한 묘사가 이어지지만 표현 하나하나가 무겁지 않고 유려해서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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