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 무삭제 완전판 문학사상 세계문학
안네 프랑크 지음, 홍경호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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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80주년 기념 개정판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남달랐다.

안네 프랑크 재단과 정식 계약된 국내 유일 완전판이라는 소개만으로도 이미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녀가 남긴 기록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안네의 일기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한 소녀가 경험한 삶의 깊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번 개정판은 이전 판본에서 누락되었던 솔직한 감정과 사적인 고민까지 담아내어, 그녀의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사춘기의 성장통과 내면의 갈등, 그리고 은신처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인간관계의 복잡함이 그녀의 글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랑하는 키티에게

1942년 6월 12일

당신에게만은 내 마음속 비밀들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나를 격려해주세요. (13쪽)

'사랑하는 키티에게'라는 글로 시작하는 안네의 일기는 그녀의 내면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은신처라는 제한된 세계에서 그녀는 키티라는 가상의 친구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쏟아냈다.

두려움과 외로움,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희미한 희망까지 모든 감정이 그 글에 녹아 있다.

키티는 안네가 세상과 단절된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였고, 동시에 그녀가 글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안네가 키티에게 전하는 글들은 그녀 자신과의 대화이자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이었다.

"키티가 없었다면 나는 나를 잃었을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듯한 그녀의 글 속에는, 자신을 지탱하려는 소녀의 강한 의지와 삶을 살아내려는 고뇌가 엿보인다.

'사랑하는 키티에게'라는 문장은 안네가 은신처라는 고립된 세계 속에서도 세상을 향해 손을 뻗으려 했던 작지만 강한 시도였다.

그녀의 일기를 읽다 보면, 키티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그녀의 목소리가 독특한 울림으로 다가오며, 그 시절 그녀의 삶과 내면의 흔적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안네의 속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그녀는 나치의 박해로 인해 어린 시절을 빼앗겼지만, 그 안에서도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을 둘러싼 어둠을 얼마나 힘겹게 이겨내고 있었는지도 읽는 이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이번 완전판에서 새롭게 만난 그녀의 글은 이전과는 또 다른 깊이를 전한다.

가령 은신처에서 느꼈던 고립감과 외로움을 표현한 부분은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은신처에서 그녀는 단지 생존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글을 썼다.

그런 글이 주는 감동은 단순히 역사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시간을 넘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개정판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안네가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다.

그녀는 글 곳곳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해 썼다.

그녀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고, 자신의 글이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읽히길 바랐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꿈이 현실이 되었음을 느낄 때,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녀가 남긴 글은 한 시대의 기록을 넘어, 인간이 지닌 강인함과 희망을 상징한다.

또한 이번 완전판에는 안네의 글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 설명과 해설이 추가되었다.

당시 그녀가 처한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게 되니, 글 속에 담긴 의미가 더 깊게 다가왔다.

그녀의 글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생각을 통해 우리는 전쟁의 비극이 얼마나 많은 삶을 무너뜨렸는지, 동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는지 알게 된다.

그것은 삶의 소중함, 인간의 용기, 그리고 희망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삶이란 것이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동시에 강인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안네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녀가 남긴 글은 우리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결국 안네는 짧은 삶을 살다가 갔음에도, 자신의 소원대로 그녀가 알지 못하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인간의 진실된 삶과 인류의 평화를 호소하며,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울러 영원한 삶을 얻은 것이다.

_문정희(시인)

이번 80주년 기념 개정판은 『안네의 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미 읽어본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그녀가 일기를 통해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삶의 무게를 느낄 때, 그녀가 남긴 글 한 구절이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나아갈 용기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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