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게 두오! : 괴테 시 필사집 쓰는 기쁨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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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손끝으로 따라 적으며 시를 읽을 때, 글자가 아닌 감정이 흘러들어온다.

괴테의 시는 필사를 통해 나만의 속도로 음미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이 책 『나를 울게 두오!: 괴테 시 필사집』은 바로 그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책에는 괴테의 시 100편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오래 남는 구절은 책 제목이기도 한 「나를 울게 두오」

"끝없는 사막에서 밤에 에워싸여 울게 두오"라는 구절은 삶의 한가운데에서 맞닥뜨리는 고독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강렬하게 전한다.

이 시를 필사하며 나는 낙타 곁에 앉은 아르메니아인이 되어 먼 길을 되새기고, 그와 동시에 나의 길도 되짚어 보았다.

삶은 마치 끝없는 사막을 건너는 여정과 같고, 괴테의 시는 그 길에서 잠시 발을 쉬게 해주는 오아시스처럼 느껴졌다.

『나를 울게 두오! 괴테 시 필사집』은 책장이 아닌, 손끝으로 그 세계를 펼쳐야 제대로 느껴진다.

괴테의 시는 활자 그대로 존재하지만, 그것을 손으로 옮기며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감정이 자연스레 스며든다.

한 줄 한 줄 적는 동안, 그의 시에 담긴 고뇌와 열망, 그리고 초연한 의연함이 손끝에서 내 마음으로 옮겨지는 듯하다.

이 책의 특별함은 시를 읽고 쓰는 동안 괴테라는 사람과 더욱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대문호 괴테가 아닌, 자신의 운명을 고뇌하고 그 본질을 마주하며 시를 통해 자신을 치유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괴테가 보인다.

그는 우리에게 운명에서 도망치지 말고, 오히려 당당히 맞서라고 말한다.

필사라는 과정은 이러한 메시지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가장 진실된 방법이다.

기억하라

괴테

운명에 맞설 필요 없지만

운명에서 도망칠 필요도 없다!

그대가 운명을 향해서 다가간다면

운명도 그대를 다정히 맞아주리라!

괴테의 시는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고, 고갈된 심연에 힘과 의지를 채워준다.

필사라는 행위는 우리의 손과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며, 시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든다.

감각적이면서도 깊은 사색으로 가득한 그의 시를 따라 적다 보면, 내 안에서 숨겨져 있던 어떤 감정이 깨어난다.

그 감정은 때로는 깊은 고요이고, 때로는 눈물일 수도 있다.

이 책에는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있다.

여기에는 시를 그대로 필사해도 좋고 자신만의 감정을 기록해두어도 좋겠다.

이 공간은 시를 매개로 나를 탐구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자리다.

시를 필사하며 떠오른 생각들, 혹은 지나가는 감정을 글로 남길 때, 그 순간이 바로 치유와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다.


『나를 울게 두오! 괴테 시 필사집』은 나만의 사색에 빠져드는 시간을 선사하는 책이다.

필사를 통해 괴테의 시와 대화를 나누고, 그 안에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괴테가 일생을 걸쳐 담아낸 감각과 사유의 결정체가 손끝을 통해 내 삶에 스며드는 경험은 깊은 울림을 준다.

괴테의 시 100편과의 조우는 삶에 대한 성찰과 동시에, 더 강인하고 충만한 내일을 살아가게 할 힘을 선물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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