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 최영미 시인이 엮은 명시들
최영미 지음 / 해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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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펼치는 페이지마다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최영미 시인이 엄선한 명시와 그에 얽힌 감상, 그리고 속속들이 배어든 그녀의 감성을 엿보는 순간, 마치 오랜 벗이 조용히 속삭이듯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시와 감상을 넘어서, 시라는 매개로 인생의 여러 국면을 함께 음미하게 해준다.

한 줄 한 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내 마음도 그녀의 이야기에 스며들며, 나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게 된다.



최영미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책날개 중에서)

세속의 먼지를 흡입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대인이 더 위대해 보이는 오후, 늙은 시인이 되어 배반과 쓰라림을 경험한 뒤에 다시 시를 읽습니다. 그냥 별생각 없이 별 기대 없이 시집을 넘기다 별안간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이 서늘해지며, 바깥세상들이 내 시야에서 지워지고 시간이 멈추는 기적. 위대한 자연을 보면 우리의 근심 걱정이 사라지듯이, 좋은 시는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 인생의 슬픔을 잠시 내려두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시인의 말> 중에서


이 책에는 국내외 여러 시인의 시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명시 모음집이며,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시인 최영미가 인생의 크고 작은 순간을 통과하며 경험한 감정들이 각 시의 감상에 섬세하게 녹아 있다.

그녀의 감상은 명시의 구절을 고요히 비추는 거울과 같다.

그녀는 시인의 감성뿐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시를 어떻게 마주했는지를 솔직히 풀어낸다.

이렇게 시와 감상이 결합되어 있으니, 새로운 각도로 시를 감상하고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최영미 시인이 선택한 시들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동시에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해준다.

그녀의 해석은 '이 시가 나에게도 이런 의미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선사하며, 시 한 편 한 편이 우리 인생의 어떤 순간과도 맞닿아 있음을 일깨운다.

그녀의 설명을 읽으며, 그동안 지나쳐왔던 감정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가 생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곳곳에 담겨 있는 명화는 시와 함께 어우러져 시 감상을 더욱 감미롭게 해준다.

시가 가진 내밀한 감성과 명화가 가진 섬세한 터치가 만나면서 책 속에서 잔잔한 여운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시와 명화가 함께 이 책에 담겨 있으니, 감성과 지성이 어우러진 특별한 독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에 있는 세 번째 사랑은 사라 티즈데일의 시에서 볼 수 있었다.

첫사랑의 설렘이나 두 번째 사랑의 강렬함을 지나, ‘세 번째 사랑’은 영혼을 바칠 수 있을 만큼의 깊은 연민과 존경을 담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와 꽤나 오랜 여운을 남긴다.

선물

사라 티즈데일

나는 내 첫사랑에게 웃음을 주었고,

두 번째 사랑에게 눈물을 주었고,

세 번째 사랑에게는 그 오랜 세월

침묵을 주었지.

내 첫사랑은 내게 노래를 주었지.

두 번째 사랑은 내 눈을 뜨게 했고,

아, 그런데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이 책은 삶의 어느 시점에서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시가 주는 위로를 받기 위해 다시 펼쳐들 것이다.

이 책으로 시적 감흥이 듬뿍 담긴 시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최영미 시인의 진솔한 시각과 감상이 담긴 글들은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 우리에게 조언을 건네주는 듯하다.

시와 감상을 통해 우리는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감정과 만나고, 내면의 고요한 곳에 숨어있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이 그런 순간을 선물해줄 것이다.



마치 오래된 친구의 이야기처럼, 그녀가 전하는 시와 감상은 우리에게 작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명시모음집을 찾는다면 엄선된 시 한 편 한 편을 깊이 음미하며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순간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오래 기억될 만한 명시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뜻깊은 여정을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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