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홀리 그라마치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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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솔깃했다.

'세상에나! 남편이 다락방에서 내려온다고? 한 명도 아니고 남편들이라니?' 머릿속에 여러 가지로 상상이 되었다.

'남편들이 다락방에서 우르르 내려오는 장면은 도대체 어떤 상황일까? 그들은 왜 다락방에 있었을까, 왜 내려오는 걸까?'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결코 마주할 수 없는 이 기묘한 설정은 곧장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저 유쾌한 설정으로 끝나는 것일까 싶었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이 소설은 결혼 생활 속에 숨겨진 감정과 관계의 복잡함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것이 이 소설의 포인트.

딱히 결혼할 생각이 없던 미혼의 로렌. 친구의 결혼 축하 모임을 가지고 난 후 집에 돌아온 어느 날 밤, 웬 낯선 남자가 남편이라면서 그녀를 맞이한다. 미친 사람인가 싶어 경찰에 신고하려는데, 집안 인테리어와 소품, 휴대폰 안의 커플사진, 심지어 주변 사람들의 반응까지, 그녀가 결혼한 게 확실해 보인다! 이게 말이 돼?! 더 놀라운 건 남편이란 사람이 다락방으로 올라가 사라지면 다른 남편이 내려오는데 이런 인생이 과연 좋기만 한 걸까? 200명의 남편을 만난 끝에 그녀가 내린 결정은 무엇일까? (책 뒤표지 중에서)

기발하고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웃기고, 그런 소설을 찾는다면 이 소설이 상상력을 자극해줄 것이다.



지은이

홀리 그라마치오

게임 디자이너이자 작가.

게임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상을 받은 그녀는 특정 장소에 설치하는 게임 개발을 주로 한다. 특히 플레이어들의 창의성이 발휘되거나 주변 환경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도록 하는 게임에 관심이 많다.

'끝없이 남편을 만들어내는 다락방'이라는 장소 또한 그런 그녀만의 풍부하면서도 독특한 상상력을 토대로 탄생했다. 이러한 재기 발랄함을 바탕으로 스토리가 펼쳐지는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는 그라마치오의 첫 번째 소설로, 각종 매체에서 최근 출간된 데뷔작 중 가장 기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책날개 중에서)

시작부터 독특하다.

결혼한 적이 없다고 기억하고 있는 로렌.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지금 제 정신이 아닌 건가?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남편이라니!'

거기에서부터 바로 주인공 로렌의 심정에 혼란이 휘몰아친다.

낯선 남자가 자신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이 황당한 상황 속에서 로렌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려 애쓴다.

그러나 그 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락방에서 계속해서 남편들이 내려오며, 각기 다른 성격과 이야기를 가진 그들의 존재가 로렌의 삶을 뒤흔든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로렌과 연결된 것일까?

현실 같지 않은 이 상황 속에서 로렌은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들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가는 과정을 겪는다. 심지어 전생까지도.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바뀌어가며 내려온다는 설정은 일상적이면서도 비일상적인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

딱히 결혼할 생각이 없던 미혼의 로렌에게 남편이,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다락방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다니!

상상만 해도 혼란스러울 법한 상황 속에서 로렌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지만,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그녀는 자신도 몰랐던 결혼과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남편들과의 만남을 통해 점점 자신에게 필요한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되는데…….


일단 이 소설은 설정이 재미있다.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도 주인공 로렌의 심정에 빙의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다락방에서 나오는 남편들을 마주하는 그녀의 혼란스러움과 당혹감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남편이 바뀌면 집안 인테리어와 친구도 달라지고 내 인생이 달라지니 여러 인생을 경험해보는 듯해다.

처음엔 웃음이 나오다가도, 점점 그녀가 겪는 복잡한 감정들이 공감되기 시작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삶의 일면이 갑자기 드러났을 때, 과연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소설은 웃음과 함께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불안과 질문들을 끄집어내는 힘이 있다.


"내가 결혼을 했다고?

세상에,

게다가 남편이 끊임없이 쏟아지네?" (책 뒤표지 중에서)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는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관계와 결혼 생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소설은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봄으로써 인생에서 필요한 것을 깨닫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로렌이 다양한 남편들과 마주하며 경험하는 혼란과 당혹감은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모두가 겪는 관계 속 갈등과 자기 이해의 과정이 녹아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고 그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은 결국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길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그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우리가 인생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찾아가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통통 튀는 문체와 유머로 감정의 무게를 덜어내며,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다.

재미있게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긴 꿈을 꾼 듯 여운을 남겨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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