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식 - 우리가 지나온 미래
해원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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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종종 어떤 책은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그 몰입감은 마치 주인공이 되어 사건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게 한다.

아카식은 바로 그런 책이다.



해원

장편소설 『슬픈 열대』와 『굿잡』을 썼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표지에 책갈피를 만들어준 것이 인상적이다. 절취선을 따라 뜯어서 책갈피를 사용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작은 디테일은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책갈피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은 세심한 배려처럼 느껴졌다.

특히 독서 중간에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니, 소장가치 또한 높아졌다.

여기에 인상 깊은 글귀, 독서 완료일 등 나만의 기록을 남길 수 있으니, 독서의 흔적을 남기며 더욱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그 과정은 나만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하나의 기록물로서의 의미를 부여한다.



처음에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아카식'이라는 단어가 가진 신비로운 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마치 미지의 세계로 초대하는 듯한 이 제목은 다소 무겁고 철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그 무거움은 빠르게 사라지고 흡입력 있는 서사 속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이 소설에서는 선영의 언니가 실종된다. 선영의 언니 은희가 탑승했던 KTX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선영은 언니 책상 서랍을 뒤지는데 낯선 책 한 권이 보였고, 그 책은 『아카식 레코드와 다차원 세계』라는 낯선 제목 아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케 하는 기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아카식 레코드에서 온 신호는 돌기를 타고 뇌 전체로 퍼져 나가며, 뉴런과 시냅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뉴런 연결망이 기묘한 형태로 변화한다. 튜너들은 변화한 뉴런 연결망으로 인해 우리의 물리법칙을 초월한, 다른 차원의 능력을 얻게 된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초능력이다.」

「……아카식 레코드는 19세기에 유행했던 신지학(神智學)에 등장하는 용어다. 우주의 탄생과 종말에 이르는 모든 역사가 기록된 초자연적인 도서관. 우주를 의식을 가진 하나의 존재로 보는 이들은 아카식 레코드를 우주의식의 중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116쪽)

'아카식 레코드'라는 단어가 가진 미스터리한 힘은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주의 모든 기록을 담은 도서관, 초능력을 부여하는 아카식 레코드는 선영이 사건의 진실을 쫓는 과정에서 중심에 서게 된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다차원 세계의 개념과 초자연적 현상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이는 서사로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이 책은 SF와 미스터리, 그리고 스릴러 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읽는 내내 긴장감과 몰입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주인공 선영은 언니를 잃은 슬픔 속에서 자신의 삶을 재건하려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KTX 실종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격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든다.

선영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그 여정은 우리를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세계로 이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사건의 전개 속도나 긴장감 때문만이 아니다.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선영은 자신의 숨겨진 능력과 운명에 맞닥뜨리게 된다.

선영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녀가 마주하는 불가사의한 사건들과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에 매혹된다.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을 경험하게 되고, 그 순간순간이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야기 속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강한 감정적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선영이 느끼는 상실감, 그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심, 그리고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힘에 대한 두려움과 책임감까지.

이러한 감정선은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로 확장된다. 특히 '아카식'이라는 개념이 담고 있는 철학적 메시지는 삶과 운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 모든 철학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들이 너무 무겁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매우 유려하고 흡입력이 있기 때문이다.

긴장감 넘치는 사건의 흐름 속에서 때로는 차분한 묘사와 사색적인 순간들을 통해 독자에게 잠시 숨 쉴 틈을 주고, 사건의 한복판으로 몰아넣는 리듬이 탁월하다.



아카식은 마치 여러 장르가 한데 모인 융합의 장처럼 느껴진다.

SF의 상상력, 미스터리의 긴박함, 스릴러의 서스펜스가 모두 조화를 이루면서도, 그 속에 숨겨진 인간의 감정과 철학적 사유가 더욱 돋보인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 이유는 아마도 그 모든 요소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깊은 감정적, 지적 자극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언니가 실종됐다. 186명이 타고 있던 KTX와 함께. (책 뒤표지 중에서)

자꾸만 파고들게 하는 책이다. 다음이 궁금해서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사건의 전말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그 실종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지 알기 위해서는 계속 읽을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교묘하게 엮어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들며, 매 장마다 더욱 깊은 궁금증과 몰입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사건의 결말에 대한 궁금증만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었음을 느낄 것이다.

아카식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인간은 과연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우리의 삶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책 속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상속에서도 문득 떠오르며 계속해서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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