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신저, 파리
패신저 편집팀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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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처음 파리를 방문했을 때, 그곳은 내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내가 상상했던 낭만적인 풍경은 그 자리에 없었고, 대신 현실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그런 경험 덕분에 두 번째 방문에서는 조금 더 파리지앵처럼, 깊숙이 숨겨진 파리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 《패신저, 파리》는 바로 그 깊이를 더해준다.

"빛의 도시 파리가 뿜어내는 광채는 관광객들의 눈을 멀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나 책에 묘사된 파리 이미지와는 너무도 다른 현실을 마주한 일부 관광객은 파리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문화 충격을 받는다. 바타클랑 극장 테러, 노란조끼 시위, 빈민가의 불안, 불길에 휩싸인 노트르담, 기록적인 폭염, 감당할 수 없는 주택 가격, 코로나19 팬데믹 등 파리를 에워싼 어두운 그림자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파리에 팽배한 분위기는 패배주의보다는 쇄신을 향한 희망에 가깝다. 환경주의를 비롯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주장하는 도시 계획가, 미슐랭 가이드의 '계급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젊은 요리사, 프랑스인으로 인정받을 권리를 위해 거리에서 시위하는 이민자 자녀, 패션계가 만든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는 여성에게서 이러한 희망을 볼 수 있다. 과연 이들은 파리 시민들에게 반란을 일으킬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단순히 관광객의 시선에서 파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보통의 여행책이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라'고 말한다면, 이 책 《패신저, 파리》는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그곳에서 그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파리를 여행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고,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랜드마크만으로는 파리를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꼬집는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파리의 진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THE PASSENGER

후긴과 무닌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까마귀이다. 매일 동이 틀 무렵 오딘이 멀리 날려 보낸 두 까마귀는, 밤이 되면 오딘의 어깨에 앉아 세상 구석구석에서 가져온 지식과 지혜를 소곤소곤 전했다. 《패신저》 편집팀은 여러분에게 전하기 위해 후긴과 무닌처럼 널리 여행하여 각 나라 최고의 글을 가져왔다. 장문의 에세이, 탐사보도문, 르포르타주 문학, 시각적 서사 등 다양한 글을 통해 여러분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문화와 정체성, 공적 담론, 국민 정서, 핫이슈, 다채로운 기쁨과 아픔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에는 숫자로 보는 파리, 보부르 효과, 반란의 거리, 프랑스인인 동시에 중국인이 된다는 것, 별을 거스르다, 파리지엔, 놓아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두 건의 유대인 노파 살해 사건이 프랑스를 뒤흔든 방법, 사페의 미학, 파리 신드롬, 레드 스타 FC와 함께한 계절, 15분 도시, 시대의 징표, 플레이리스트, 파리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한 추천 도서 리스트 등이 담겨 있다.



이 책이 특히 매력적인 점은, 파리가 단순한 여행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정치,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파리가 겪어온 역사적 사건들과 그로 인해 변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보부르 효과나 반란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파리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해왔는지를 알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각 장마다 등장하는 에세이들은 마치 여러 겹으로 쌓인 도시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매 장마다 새로운 파리를 만나게 되고, 그 파리는 우리가 알고 있던 파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는 책이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중요한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파리를 알기 위해서는 그 표면을 넘어, 깊숙이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쳐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이 책은 파리를 여행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유명한 관광 명소를 찾아다니기보다는, 현지인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며 진짜 파리를 경험하라는 것이다.

파리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패신저, 파리》는 그동안의 파리 여행 책과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파리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파리가 품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그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독자와 함께 탐구한다. 그래서 이제는 좀 더 성숙한 시선으로 파리를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파리를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파리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낭만과 현실이 교차하는 그 복잡한 도시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여행 에세이 파리여행 《패신저, 파리》가 좀 더 속속들이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안내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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