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야생에 흔히 피는 꽃이지만 거기에 역사가 있고 스토리가 있어서 더욱 집중하게 되는 꽃들이 즐비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알고 보면 더욱 마음을 잡아 끄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깽깽이풀은 그 이름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유래가 흥미롭다. 이름만 보았을 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유래까지 알고 보니 더욱 마음에 스며든다.
얼핏 듣기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져 온다. 먼저 이 꽃이 꽹과리를 치며 농사를 독려하던 모내기철에 피어나는 까닭에 깽깽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도 하고, 강아지가 이 풀을 먹으면 취해서 깽깽거린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근거 희박한 유래도 있다. 또한 우리 악기인 해금이나 바이올린을 낮춰 부를 때 '깽깽이'라고 했는데, 이 꽃이 그 악기들의 선율처럼 아름다워 얻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127쪽)
또한 엉겅퀴에는 가시 덕분에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중세 때 스코틀랜드를 침공한 바이킹 군대가 밤에 진지를 기습하려다 사방에 핀 엉겅퀴 가시에 찔려 소리를 지른 덕분에 스코틀랜드 병사들이 잠에서 깨어 바이킹 군대를 격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런 역사로 인해 엉겅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대관식에 입었던 드레스에도 영광스럽게 수 놓였고, 영국 시인들에게는 무척 친근한 꽃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야기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엉겅퀴류가 지구 곳곳에 대략 200종이 산다고 하는 정보나, 우리나라에도 큰엉겅퀴부터 도깨이엉겅퀴, 물엉겅퀴, 가시엉겅퀴 등 많은 종이 자생하고 있다는 점, 거기에 따른 다양한 꽃말들, 엉겅퀴의 습성, 그리고 저자의 사색까지 이어지니, 다양하고 풍부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단순한 정보 전달만이 아니라 꽃을 바라보는 그녀의 특별한 시선과 감성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다.
또한 꽃을 통해 인생에 대해서도 사색에 잠긴다. 꽃을 보며 나를 돌아보고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생각해본다.
꽃들이 있는 힘껏 자기 생을 걸어가는 것처럼 나도 내 몫의 길을 가야 한다. 나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나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52쪽)
또한 꽃을 보며 삶에 대한 성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문장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이 이 책만의 개성일 것이다.
비 내리는 날의 꽃숲에서 문득 눈부신 꽃들의 한순간을 만났다. 생의 반짝이는 한순간이란 그런 것 아닐까? 저마다, 저마다, 정말 자기 뿌리에서 힘을 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는 또 스러진다. 그 여정을 목격하는 경이의 순간, 숲에서 배우는 건 소멸의 의미, 고요한 소멸에 대한 성찰이다. (2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