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해주세요, 꽃들의 비밀을 - 꽃길에서 얻은 말들
이선미 지음 / 오엘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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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 한 번 보았으면 좋겠다. 기대 이상의 책이다.

《누군가 말해주세요, 꽃들의 비밀을》에는 꽃에 대한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저자의 시적 감수성과 철학적 사유까지도 녹아들어있다. 또한 꽃에 대한 역사와 꽃말의 유래까지도 알뜰하게 담겨있다.

이 책을 통해 들꽃들을 하나씩 알아가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으니 눈이 번쩍 뜨였다.



이선미.

《오래된 시간, 발칸유럽: 발칸에서 동서방교회를 만나다》에 이어 다시 길 위에서 씁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데 산과 들과 바닷길에도 책이 있습니다. 바람결과 햇빛과 추위와 무더위, 때로는 비와 눈 속의 그 길에 꽃이 핍니다. 수없이 많은 길의 수많은 꽃들은 세상 곳곳에 새겨진 다채로운 활자입니다. 꽃들은 문장으로 이어지고 의미도 담아줍니다. 말하자면 꽃들은 가장 역동적인 책이 되어줍니다. 그 길에서 만나고 배운 시간들을 책으로 엮습니다. 꽃길에서 얻은 책입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꽃을 만나는 몇 가지 자세', 2부 '내가 아는 꽃, 나를 만난 꽃'으로 나뉜다.


요즘 꽃이 알록달록 참 많이 피고 있는데, 모르는 이름들이 가득하다.

김춘수의 시 <꽃> 에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나가다가 들꽃을 보았을 때 그 이름을 알 수 없으니 그냥 "꽃이다!"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들꽃들의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며 그 이름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의 경험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들꽃들을 하나씩 알게 되었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듣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저자는 꽃의 이름, 꽃말, 그리고 꽃이 등장한 역사적 순간들까지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말처럼 정말로 내 안에서 꽃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꽃은 거기 피었다가 시나브로 진다

내가 꽃을 보는 순간

내 안에서 꽃이 살아나고

비로소 나의 꽃이 거기 피고 진다 (77쪽)

생생한 이 느낌 덕분에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꽃에 대해 더욱 관심이 생기고 감사와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는 야생에 흔히 피는 꽃이지만 거기에 역사가 있고 스토리가 있어서 더욱 집중하게 되는 꽃들이 즐비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알고 보면 더욱 마음을 잡아 끄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깽깽이풀은 그 이름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유래가 흥미롭다. 이름만 보았을 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유래까지 알고 보니 더욱 마음에 스며든다.

얼핏 듣기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전해져 온다. 먼저 이 꽃이 꽹과리를 치며 농사를 독려하던 모내기철에 피어나는 까닭에 깽깽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도 하고, 강아지가 이 풀을 먹으면 취해서 깽깽거린다고 하여 붙여졌다는 근거 희박한 유래도 있다. 또한 우리 악기인 해금이나 바이올린을 낮춰 부를 때 '깽깽이'라고 했는데, 이 꽃이 그 악기들의 선율처럼 아름다워 얻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127쪽)

또한 엉겅퀴에는 가시 덕분에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중세 때 스코틀랜드를 침공한 바이킹 군대가 밤에 진지를 기습하려다 사방에 핀 엉겅퀴 가시에 찔려 소리를 지른 덕분에 스코틀랜드 병사들이 잠에서 깨어 바이킹 군대를 격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런 역사로 인해 엉겅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대관식에 입었던 드레스에도 영광스럽게 수 놓였고, 영국 시인들에게는 무척 친근한 꽃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야기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엉겅퀴류가 지구 곳곳에 대략 200종이 산다고 하는 정보나, 우리나라에도 큰엉겅퀴부터 도깨이엉겅퀴, 물엉겅퀴, 가시엉겅퀴 등 많은 종이 자생하고 있다는 점, 거기에 따른 다양한 꽃말들, 엉겅퀴의 습성, 그리고 저자의 사색까지 이어지니, 다양하고 풍부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단순한 정보 전달만이 아니라 꽃을 바라보는 그녀의 특별한 시선과 감성을 엿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다.

또한 꽃을 통해 인생에 대해서도 사색에 잠긴다. 꽃을 보며 나를 돌아보고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생각해본다.

꽃들이 있는 힘껏 자기 생을 걸어가는 것처럼 나도 내 몫의 길을 가야 한다. 나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나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52쪽)

또한 꽃을 보며 삶에 대한 성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문장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이 이 책만의 개성일 것이다.

비 내리는 날의 꽃숲에서 문득 눈부신 꽃들의 한순간을 만났다. 생의 반짝이는 한순간이란 그런 것 아닐까? 저마다, 저마다, 정말 자기 뿌리에서 힘을 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는 또 스러진다. 그 여정을 목격하는 경이의 순간, 숲에서 배우는 건 소멸의 의미, 고요한 소멸에 대한 성찰이다. (208쪽)

저자의 꽃에 대한 시선이 특별하고 감성적이어서 오롯이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함께 꽃을 탐구하며 자세히 관찰하는 듯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들꽃들이 다시 보인다.

꽃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단순한 꽃에 대한 지식을 넘어서 자연과 교감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니, 이 책을 읽고 나면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들꽃 한 송이도 달리 보일 것이다.

자연의 속삭임을 듣고, 그 속에서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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