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질은 부드러워
아구스티나 바스테리카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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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단단히 마음 붙들어 매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독자 자신의 상상력에 따라 심각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생생하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충격이 꽤나 오래간다.

"만약 이 세상에 동물이 사라지고, 모두가 인간을 먹게 된다면?"이라는 책 띠지의 질문을 볼 때만 해도 예사롭지는 않지만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자마자 속이 울렁거리는 충격에 한동안 책장을 덮었다가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책 『육질은 부드러워』는 남미소설 장편소설 아르헨티나 소설이다. 아르헨티나 클라린상 수상작이며,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전 세계 27개국 판권 계약, TV 시리즈 제작 확정된 소설이다.

어떤 이야기를 보게 될지, 헙(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상의 끔찍한 이야기가 펼쳐지니 정신 단단히 붙들어 매고 시선집중해 볼 일이다.



아구스티나 바스테리카 Agustina Bazterrica

1974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UBA에서 예술학 학위를 받았다. '2004/2005 미발간 스토리 어워드'에서 1위를 수상했고, 2009년 멕시코 푸에블라의 이드문두 발라데스 라틴아메리카 스토리 콘테스트에서 1위를 했다. 2017년 『육질은 부드러워』로 아르헨티나 클라린상을 수상했다. 그 외 작품으로 『그 소녀를 죽여라』, 『잔혹하게 다투기 전에』, 『열아홉 개의 발톱과 어둠의 새』, 『비천한 여인들』 등이 있다. (책날개 중에서)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시작부터 나를 강하게 압도했다.

강렬한 시작을 원한다면 이 소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 시작부터 충격과 함께 바로 몰입할 수 있다.

워낙 글의 소재가 파격적인 데다가 작가의 글솜씨가 더하니 외면하고 싶은 마음과 읽고 싶은 마음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결국 이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금껏 인육에 관한 소재는 몇 차례 보긴 했지만, 식인이 합법화된 가상 세계를 신랄하게 보여주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독자들은 도축 라인에 선 가축 신세가 되어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탄 채 끌려간다'라고 표현하는데, 정말 그렇다.

상상도 못했던, 상상하기조차 싫은, 인간 본성의 저 밑바닥까지 끌어내려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어쩌면 미래 어느 날,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생각하면 더욱 끔찍하여 고개를 저어가면서도 결국 읽게 만드는 추진력이 있는 소설이다.



“모든 것은 나의 형제 곤살로 바스테리카에서 시작됐다. 그는 유기농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요리사인데, 나는 그의 요리와 연구를 통해 히포크라테스가 한 ‘음식이 곧 약이고 약이 곧 음식이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이후부터 나는 식습관을 바꾸기 시작했고, 육류 소비를 완전히 멈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육점을 바라보다 생각했다. ‘저것들이 인간의 시체였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어쨌든 우리 인간도 동물이고 살덩이인데.’ 그렇게 이 소설의 아이디어가 시작됐다.”

_ 작가의 말

하나하나 상상하게 만들어서 더욱 생생하고 끔찍하다. 이건 소재만의 역할이 아니라 이 소재를 잘 엮어서 풀어나간 저자의 필력이 한몫한 것일 테다.

'소설인데…, 소설일 뿐인데…', 나도 모르게 자꾸 그 말을 되뇌며 읽어나가는 내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몰입했나보다.

사실 나는 어떤 호러물보다 이런 게 더 끔찍하다. 대놓고 무섭네, 으악, 소리 지르게 하는 것보다 더.

다 읽고 보니 제목이 참 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표지 그림에도 시선을 한참 멈춘다. 무엇을 상상하든 이 책 속에는 더 끔찍하고 잔인하고 어두운 세상이 들어있다.

무방비 상태로 펼쳐들었다가는…. 그다음은 소용돌이처럼 소설 속으로 휘말려들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제목만 보고 읽어나가다가 제대로 경악하게 된 그 느낌을 이 책을 선택하는 다른 누군가도 느낄 기회를 가져보았으면 한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볼 필요가 있을 법한 그런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TV 시리즈 제작 확정이라고 하니 어떻게 만들지 그것 또한 궁금하다. 영화로 만들어도 무서워하면서도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남미소설 장편소설 『육질은 부드러워』를 읽어보며 디스토피아 세상을 만나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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