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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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그것이 나의 상상력의 한계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인식하게 되었다.

"사라져가는, 척박해만 보이던 땅을

황홀한 상상력의 보고로 펼쳐내는 대작" (책 띠지 중에서)

척박해만 보이는 땅 북극이 이렇게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배리 로페즈라는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인 듯해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는 듯했다.

설명 하나하나가 곱씹으며 읽어야 나의 상상력이 작동하게 되어서 거듭 읽게 되었다.

지금껏 내가 알던 '북극'을 이 책 『북극을 꿈꾸다』를 읽으며 새롭게 바꿔보았다.



배리 로페즈 Barry Lopez

'오늘날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 '우리 시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배리 로페즈를 소개하는 표현들이 말해주듯이, 그는 온 인생을 걸고 자연과 인간의 유대를 복원하기 위해 힘썼다. 5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북극을 포함해, 초원, 사막, 섬 등 80여 개 나라를 탐사하면서 스무 권이 넘는 책을 펴낸 그는 2020년 75세의 나이에 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책날개 중에서 발췌)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들어가며 '전설만큼이나 먼 땅'을 시작으로, 1장 '큰곰의 땅 아르크티코스: 우아하고 세련된 이상한 움직임들', 2장 '사향소: 평온하게 강인하게', 3장 '북극곰: 통찰하는 방랑자', 4장 '일각고래: 해석 불가능한 코드', 5장 '대이동: 숨결이 길이 될 때', 6장 '얼음과 빛: 공포의 미', 7장 '땅: 마음을 감싸는 땅, 땅을 감싸는 마음', 8장 '항로: 열정과 탐욕이 얽힌 순수한 욕망', 9장 '역사: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로 나뉜다. 나오며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땅', 감사의 말,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로 마무리된다.

지금껏 내가 북극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인식한다.

특히 이육사의 시 「꽃」 2연에 보면,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라는 내용이 있는데, 내가 지금껏 툰드라라는 단어는 진작부터 접하고 알고 있었으면서도, 툰드라에 대해 시각적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언뜻 황량해 보이는 땅들이 그렇듯 북극의 툰드라도 잘 아는 사람에게는 꽃이 꽃부리를 드러내듯 갑자기 그 속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툰드라의 단조로운 갈색 덤불 속에서 선명한 빨강, 주황, 초록 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늑대거미가 반짝거리는 풍뎅이를 향해 돌진한다. 연보라색 바위취꽃에 사향소 털이 걸려 있다. 그린란드 동북쪽 해안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덴마크 박물학자 알빈 페데르손은 이렇게 썼다. “이 황량한 자갈 사막을 보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는 건 인정해야겠다.” 그러나 그곳을 떠날 때쯤에는 제임슨랜드의 우거진 푸른 풀숲에서 머리위로 훌쩍 자란 풀을 뜯는 사향소들과 그린란드 만년설의 홍적세적 고요를 뚫고 솟아오른 나신의 바위탑 누나탁(빙하로 완전히 둘러싸인 산)이 간직한 온전한 아름다움에 관해 쓰고 있었다. 페데르손처럼 나도 우아한 북극토끼 갈비뼈를 찍으려고 몸을 숙였다가 예기치 않게 북극 애벌레의 비단고치를 발견하곤 했다. (18쪽)

이런 설명을 보다 보니 저자가 그곳에서 얼마나 생명체들을 사랑하며 마음을 다해 관찰하고 감탄하며 이 책을 집필해나갔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저자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유일무이한 대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영혼을 소유한 학자는 믿을 수 없이 생생하게 북극을 그려낸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나가면 어느새 이 마술 같은 대지 위에서 눈을 뜬다.

_아이리시 타임스 추천사 중에서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북극 생명체에 대한 사랑이 온전히 느껴지는 책이다.

북극의 진면모가 담긴 이 책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서일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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