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유럽 20년 차 자동차 디자이너의 생각 노트다.

표지는 단순하고, 디자인에 대해서도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을 이야기하지만, 단순함 속에 담겨 있는 거대한 예술성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글이 바로 '상자'였다. 인생도 디자인도 모두 상자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세르비아 시인 바스코 포퐈의 시 「작은 상자」가 소개되어 있다.

인상적인 시여서 한번 감상하고 넘어가야겠다.

작은 상자

바스코 포퐈

작은 상자는 더욱더 더욱 커진다

이제 방이 상자 속에 들어와 있다

집과 도시와 대지도

그리고 이전에 상자가 들어가 있던 세계도

작은 상자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간절히 바라다가

다시 작은 상자가 된다

디자인과 상자와 인생과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며 글을 읽어나간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사는 세상도 거대한 상자이고 내 생각의 상자를 여는 시간을 보낸다.

당신에게 상자가 있다. 거기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아니, 담을 수만 있다면 무엇을 담을 것인가? (28쪽)

저자의 말을 따라가며 갖가지 사유 속으로 들어가본다.



박찬휘

홍익대학교와 영국왕립예술대학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페라리의 디자인하우스로 알려진 피닌파리나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를 거쳐 현재 뮌헨에 위치한 전기차 니오의 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글쓰기와 사진을 통해 언제나 새로운 생각의 시도를 이어오고 있는 그는 2023년 독일 LFI(Leica Fotografie International) 이달의 사진에 사진 작업이 소개된 바 있고,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지큐>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딴생각 ㅡ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의 일상수집』이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버찌나무로부터'를 시작으로, 1부 '설레지 않으면 디자인이 아니다', 2부 '호기심을 위한 변명', 3부 '믿어도 좋은 당신의 직관', 4부 '긍정이 문제를 해결한다', 5부 '거리가 필요한 이유', 6부 '디자인은 사소함을 만들어내는 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쓰고 그리며 나 자신에게 귀 기울이기'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주변 모든 것들이 아이디어 천지다.

그래서 무심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다시 멈춰 서서 보게 해주는 힘이 있다.

평범하면서도, 정말 아무것도 아닌 듯 스쳐갈 법한 일들도, 다시 보게 해주는 필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굳어있는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감성의 창을 열어준다.

'아, 이렇게 생각해보자. 이런 건 어떨까?' 그렇게 다방면으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신감을 갖고 다른 행동을 시도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준다.

때론 즉흥적이고 과감한 직관이 요구되기도 한다. 새로운 생각의 탄생은 직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비록 사물이 분명한 용도를 가지고 태어날지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논리적인 사물 간의 관계만큼은 언제나 재정립될 수 있다. 연필과 카세트테이프의 이 놀라운 환경친화적 조합도 분명 누군가의 십대의 어린 시절에 시도된 적이 있으리라 추측해본다. 숨어서 팝송을 듣고 싶던 한창때가 아니었더라면, 용기있는 시절이 아니었더라면 이 과감한 발상이 탄생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엉뚱해지자. 그러고도 더 엉뚱해지자. (83쪽)


이 책을 읽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창출해낼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초 단위로 달라지는 다른 내일이 우리를 채근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반대로 느려져야 한다고 말이다. 다 같이 허둥지둥하며 사방으로 전력 질주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제동을 걸고 물러나는 결단(325쪽)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그렇게 차근차근 다른 방면으로 독창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창의력을 건드려주는 역할을 한다.

추천하고 싶은 예술 책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