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박해는 1827년 전라남도 곡성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 옥사로, 이로 인해 또다시 조선은 천주교 탄압으로 들끓게 된다. 당시 조정은 천주교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곡성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범위를 한양까지 확산하여 500여 명의 교인을 체포하였고, 지독하게 고문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정해박해는 천주교사에서도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에 김탁환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치밀하고 정확한 고증, 방대한 자료 조사와 탁월한 상상력을 더해 19세기 조선에서 천주교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이 책의 '서'는 이렇게 시작된다.
본명 즉 세례명이 귀도이고 옛 이름은 '장구'인 '나'는 26년 가까이 교우들의 이야기를 모아 치명록 즉 순교자의 행적을 기록한 책을 써왔다.
군난(박해)만은 쓰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이 감당할 무게가 아니기에, 믿음이 더 굳건하고 이야기 솜씨가 훨씬 나은 교우가 맡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때까지 쓰겠다는 이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그가 써야만 하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결국 그는 쓰기로 작정한 후, 이야기를 모으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본명은 이시돌, 옛 이름은 들녘.
무진년 1808년 봄 전라도 곡성현 장선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그 무렵에는 목숨을 걸고 천주교를 믿어야 했다.
그 수난을 견디며 믿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펼쳐진다.
조선시대에 천주교를 믿는다는 것은 박해를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삶 속으로 생생하게 들어가서 마치 그들의 삶을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난 듯, 그들의 용기와 신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박해와 억압에 맞서고 희생하며 믿음을 지켜나갔는지, 이 책을 읽으며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조선시대의 그 인물들을 지금 내 앞에 살아움직이는 존재로 그려내는 김탁환의 이야기 솜씨에 저절로 빨려 들어간다.
그의 탁월한 상상력과 글 솜씨에 실제로 앞에서 보는 듯 교우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역사소설, 장편소설, 19세기 조선의 이야기가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다니!
그것은 김탁환의 필력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멈출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해 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