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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평점 :
《냉정과 열정 사이(Blu)》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싱글 파파'와 '찐 아들'의 알콩달콩 아옹다옹 파리 일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했다.
츠지 히토나리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화감독, 뮤지션이며, 국내에서는 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한 《냉정과 열정 사이(Blu)》 공지영 작가와 공동 집필한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등으로 수많은 독자와 만났다.
《냉정과 열정 사이(Blu)》 그 이후 20년, 싱글 대디로 돌아온 츠지 히토나리의 음식 에세이를 접하고 나서야 그가 프랑스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요리에 사람살이 갖가지 맛이 들어있어서였을까.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 읽게 되었고, 구체적인 이야기도 궁금했다.
어쩌면 소설보다 더 생생한 삶의 이야기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그의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먹는다는 것은 삶을 지탱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정성을 들여 제대로 음식을 만들고, 요리하는 데 오롯이 그 시간을 쏟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온기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이윽고 아들의 말과 목소리와 미소가 돌아왔다. 얼굴이 밝아지고 그 나름의 행복도 돌아왔다.
나는 아빠이자 엄마였다. 내가 이혼을 한 것은 아들이 막 열살 되던 해였다. 이 책의 내용은 아들이 열네 살 무렵부터 시작하지만 회상하듯 열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 우리 둘만의 소중한 시간이 담긴 '마음 여행 일기'이기도 하다. (7쪽)
이 책은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2018 아들 나이 열네 살', '2019 아들 나이 열다섯 살', '2020 아들 나이 열여섯 살', '2021 아들 나이 열일곱 살', '2022 아들 나이 열여덟 살'로 구성되며, 에필로그로 마무리된다.
하루하루는 나름대로 힘든 삶의 연속이지만 때로 하느님은 이렇게 깜짝 선물을 주시기도 한다. 인생의 80퍼센트는 힘들고 18퍼센트 정도는 그저 그런 것 같다. 나머지 2퍼센트를 나는 행복이라고 부른다. 깜짝 놀라게 행복한 것보다 그 정도가 좋다.
날마다 크게 욕심내지 않고 느긋하게 살고 싶다. 그게 내게는 행복이다. (18쪽)
츠지 히토나리의 글은 담담하다. 그의 글은 꾸밈없이 단순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아내곤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갑자기 쿵, 감정이 뭉클해진다.
싱글 대디이면서 아들과 함께 살아내야 하는 삶이었다. 그 자신도, 아들도,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요리를 시작하게 되면서 집안에 온기가 돌았고, 그렇게 차츰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던 것이다.
일상을 회복하며 나름의 행복도 찾을 수 있었던 그 과정이 글 속에 잘 담겨 있다.
일상이란 게 그렇다. 어쩌면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달리 생각해보면 삶의 대부분 시간을 누리는 그 모든 것일 수 있으니 정말 특별한 것이다.
코로나가 지나가는 아름다운 파리의 하늘 아래,
여행과 요리, 음악과 수다로 풀어가는 '찐' 가족 서사시!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다들 삶의 힘든 순간들이 떠오를 것이다. 나만 힘들지 않다는 사실과 함께 누군가의 솔직한 고백에 위안 같은 것을 받기도 한다.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 가족의 모습에서 그의 속마음이 어딘가에서 우리와 만나는 것 같다.
그의 글은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가까운 느낌을 주며, 그 속에 담긴 진솔한 감정이 우리 마음과 어우러져 뭉클함을 준다.
츠지 히토나리의 글은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자극하며,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위안과 힘을 줄 수 있겠다.
츠지 히토나리의 프랑스 생활이 궁금한 사람, 다른 이들의 가족 문제를 바라보고 싶은 사람 등등 이 책이 위로와 격려가 되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