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닌겐 로쿠도 지음, 이유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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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을 찾는다면 이 소설도 괜찮겠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순수하고 시린 사랑 이야기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소설가의 필치로 잘 다듬어져 표현되어 있다.

인생에서 겨울을 잃어버린 여자와

그녀의 겨울을 되찾아주고 싶은 남자가 만들어낸

눈부시게 아름답고도 어린 청춘의 감동 로맨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제28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 수상작이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닌겐 로쿠도.

2021년 제9회 하야카와 SF 콘테스트에서 《스타 셰이커로》 대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이 책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로 제28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외에도 《뱀부 걸(BAMBOO GIRL)》, 《영원한 당신과 죽어가는 나의 10가지 규칙》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2013년 급성 림프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제대혈 이식 수술을 받았다. 투병이라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었던 건 글쓰기와 어머니의 헌신 덕분이었기에 그때의 시간을 투영해 이 소설을 집필했다. 위기를 넘기고 되찾은 삶의 기회를 잘 쓰기 위해 니혼대학교에 들어갔고 지금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저자 소개 전문)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계속 여름이면 좋을 텐데', 2장 '한밤의 편의점', 3장 '히카리 599 11:32 신오사카행', 4장 '너는 눈을 볼 수 없다'로 이어진다.

이와토 유키는 매년 겨울이면 식물인간처럼 깊은 잠에 빠지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그럼 봄에 다시 만나."

너의 뒤를 따르듯이 그렇게 전한다. 누구에게도 닿을 리 없는 작별 인사

그러나 단지 이 말을 하기 위해서, 나는 이곳에 있었다.

만일 네가 겨울 동안 잠드는 일 없이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걸어갔다면, 나는 너를 만날 수 있었을까. 너희 가족의 집에서 차가워져가는 네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다음 날, 2020년 11월 1일. 기상청은 나가노에서 첫눈을 관측했다.

나는 또다시 혼자서, 겨울을 향해 걸어간다. (17쪽)

이 소설은 프롤로그부터 독특한 상상력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의 상상력이 평범한 듯하면서도 뛰어나다. 그러는 데에는 작가 본인의 투병 생활이 영향을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리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프롤로그에서부터 그 독특함에 빠져들어 읽어나갔다.

초여름 어느 밤, 문학부의 나쓰키는 우연히 예술학부에 다니는 유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어느 날 유키가 사라지는데…….

그런데 나쓰키가 그녀의 본가를 찾아가서 본 것은 링거와 기계들이 가득한 의료용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유키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병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낯선 언어를 접하는 듯 혼란에 빠진다.

유키의 동생 후유미가 이렇게 말했다.

"겨울잠을 자는 여자? 판타지 같은 말로 얼버무리지 마세요. 겨울 내내 식물인간처럼 식사도 배설도 제대로 못 해요. 생명을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죠. 언니는 그런 사람이에요. 왜 그런지 알아요? 뇌에 이상이 있거든요. 시상하부인지 뇌하수체인지, 아니 전두엽이랬나?" (184쪽)

천연성의식장애(식물인간의 의학적 명칭) 연구를 하는 대학병원은 닥치는 대로 찾아다녔지만 여태껏 병명조차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전혀 다른 세계의 언어처럼 다가왔다.

그 상황 설정이 이 소설만의 특별함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서 끝까지 읽게 되었다. 흡인력 있는 소설이다.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눈길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내가 원하는 결말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등등 갖가지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다.

계절처럼 바뀌어가는 마음속의 진심을 엿본다.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마음을 확인하며 장면이 바뀌어가니, 이들의 마음이 언제쯤이면 접점이 생길지 안타까워하며 읽어나간다.

결말을 보고야 말게 하는 힘을 가진 소설이다.

시리고도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 같은 소설이어서 여운이 남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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