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들 - The Places
류성훈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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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시인의 산문집을 눈여겨본다.

시인의 시선으로 표현한 글을 읽으면, 나의 과거 어느 시점 혹은 어느 순간의 생각과 교차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세심하게 짚어주어서, 그제야 그 안에서 나만의 감성을 느끼며 공감하게 된다.

까맣게 잊고 있던 나만의 무언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사물들》의 작가 류성훈이 이번에는 산문집 《장소들》을 출간했다.

전작에서 저자만의 예리하고 섬세한 관찰력을 볼 수 있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하며 읽어보았다.

때로는 누군가가 짚어주어야 비로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책 《장소들》을 읽으며 우리가 흔히 맞닥뜨리는 장소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류성훈.

문학이 삶을 조금은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쓰고, 발표합니다. 스스로에게 진실할 수 있을 때 모든 아픔은 아름다움이 되고 그것이 곧 우리에게 문학이 된다는 걸 늦게나마 알아가는 중입니다.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왔고 대학에서 시창작과 글쓰기를 지도하며 그 경험들을 통해 쉽고 진실한 문학을 퍼뜨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모두가 걷는 삶의 방식 속 아무도 걷지 않는 곳을 찾으려 고집을 부릴 수 있는 삶에 감사합니다. 시집 《보이저1호에게》 《라디오미르》, 산문집 《사물들-The Things》가 있습니다. (책날개 중에서 저자 소개 전문)

이 책에는 묘, 도장, 강가, 서재, 고향, 작업실, 병원, 산, 차실, 집필실, 공방, 지대방, 성당, 동해, 자전거길, 교실, 이곳 등 열일곱 가지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표현했다.

책머리에 보면 우리는 이미지를 통해 상상하고, 사물을 통해 경험하며, 장소를 통해 추억한다고 언급한다.

그렇게 이 책에서는 삶의 첫 단추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갖가지 장소와 사유를 통해 삶의 순간들을 작가의 감성으로 표현해놓았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열일곱 가지 공간으로의 여정이다.

그러고 보면 이 책으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하고 이미지로 상상하며 공간으로 추억한다는 것 말이다.

그렇게 공간 하나하나가 저자만의 목소리로 표현되니, 시인만의 섬세한 시선을 건네받아 공간을 재인식하는 시간을 보냈다.

묵묵히 읽어나가다가 이 안에서 자신과의 교차점을 발견하게 되면, 그때부터 이미지는 소용돌이치며 오버랩되어 자신만의 장소로 떠오를 것이다.

거기에서 또한 추억에 잠기며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거나,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장소는 인간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저자는 일상적인 장소들을 언급하며 담담하게 표현하지만 시인만의 관찰력과 세밀한 표현으로 사유의 장을 열어준다.

그렇게 저자는 독자들이 가진 감성과 경험을 통해 장소에 대한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낸다.

그러고 보면 사물이나 장소나 모두 우리 삶에서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절감한다.

그래서 책 속에 있는 그림까지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당연한 듯 배경으로 존재하던 장소와 사물을 이 순간만큼은 주인공으로 떠올리며 갖가지 생각에 잠긴다.

장소의 의미를 깊이 통찰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나에게는 추억의 장소 곳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시공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지만, 수많은 현재들이 결국은 추억이 되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언제든 기억에서 떠올리는 그 순간, 그 장소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 책에서 그렇게 추억을 불러들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장소는 우리 삶의 현장이고, 시인의 산문집을 통해 하나씩 짚어보는 것도 특별한 여정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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