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이브의 세 딸』에는 페리를 중심으로 주어진 자기 앞의 생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하며 살아가는 가족과 친구들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서로의 신념과 신앙과 삶의 방식 때문에 부딪히고, 할퀴며 싸우기도 하지만 적당한 접점에서는 화해하기도 한다. (555쪽)
옮긴이는 또 이런 말도 했다. 나라, 민족, 언어, 문화, 종교가 모두 다른데 어떻게 지구 저편의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그것은 '다름'과 '차이'를 펼쳐 내면서도 '보편'으로 귀결시키는 탁월함일 것이며, 그 탁월함은 다름 아닌 작가의 통찰력이라고 말이다.
나 또한 그 통찰력에 감탄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처음에는 튀르키예에 대해 그다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소설이 약간 낯설게 다가왔는데, 금세 빠져들게 되었다. 이것은 작가의 역량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성과 상황 자체가 아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사람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듯했다.
튀르키예의 현실, 종교, 여성 등 여러 가지 주제가 잘 버무려져서 드러나니, 잘 모르던 그 나라의 상황까지도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또한 이 소설을 읽으며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듯했다. 제각각 다른 입장에 있는 등장인물도 충분히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페리의 심정에 들어가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쉬린과 모나의 현실, 종교에 대한 생각 등을 살펴보았다. 쉬린과 모나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에는 또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고, 페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페리가 이해가 되고, 아주르 교수의 신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거기에 또 공감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의 특징에 감화가 되어버리는 듯 빨려 들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 속으로 푹 들어가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다. 묘한 여운을 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