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 들어 소설의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고 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지만, 소설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소설을 읽으며 그 심연으로 들어가 그 마음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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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읽는 호흡이 길지만 제대로 된 작품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더욱 크다. 그래서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은 갈망은 항상 내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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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프 샤팍의 장편 소설이라고 하여 읽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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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이 책을 선택했지만, 기대 이상의 몰입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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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장면을 놓칠 수 없게 엮어나간 소설이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 『이브의 세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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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엘리프 샤팍. 소설가이자, 정치학자, 여성학자로서, 튀르키예의 역사, 종교, 젠더 문제, 정치적 혼란에 관한 통찰력 있는 글을 쓴다. 튀르키예의 현실을 잘 드러낸 그녀의 작품은 56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사랑을 받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녀는 메블라나 문학상과 문화예술 공로 훈장 기사장상 등을 수상했다. (책날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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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편안한 환경에 젖어 있던 물고기들은

위험한 바다에서 살아나기 힘든 법이니까.

그래도 단1분이라도 물고기들이 맛본 자유를

아쿠아리움에서 지낸 수많은 세월과 바꾸고 싶어 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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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시작에 있는 문장부터 곱씹으며 생각에 잠긴다. 과연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끼는 자유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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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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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다양한 종교가 공존한다. 종교와 신에 대한 생각, 신앙에 대해서 다들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은 각자의 경험 안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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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다른 국가에서 자란 다른 종교의 사람의 이야기를 마음속 깊이 이해하는 것은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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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튀르키예의 사회, 정치, 종교, 여성 문제 등을 잘 드러내어 보여준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개개인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다. 삶 자체가 혼란이고 고통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시각으로 담아냈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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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여러 각도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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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이브의 세 딸』에는 페리를 중심으로 주어진 자기 앞의 생을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하며 살아가는 가족과 친구들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서로의 신념과 신앙과 삶의 방식 때문에 부딪히고, 할퀴며 싸우기도 하지만 적당한 접점에서는 화해하기도 한다. (5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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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는 또 이런 말도 했다. 나라, 민족, 언어, 문화, 종교가 모두 다른데 어떻게 지구 저편의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그것은 '다름'과 '차이'를 펼쳐 내면서도 '보편'으로 귀결시키는 탁월함일 것이며, 그 탁월함은 다름 아닌 작가의 통찰력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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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그 통찰력에 감탄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처음에는 튀르키예에 대해 그다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소설이 약간 낯설게 다가왔는데, 금세 빠져들게 되었다. 이것은 작가의 역량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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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성과 상황 자체가 아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사람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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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의 현실, 종교, 여성 등 여러 가지 주제가 잘 버무려져서 드러나니, 잘 모르던 그 나라의 상황까지도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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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소설을 읽으며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듯했다. 제각각 다른 입장에 있는 등장인물도 충분히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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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의 심정에 들어가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쉬린과 모나의 현실, 종교에 대한 생각 등을 살펴보았다. 쉬린과 모나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에는 또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고, 페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페리가 이해가 되고, 아주르 교수의 신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거기에 또 공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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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특징에 감화가 되어버리는 듯 빨려 들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 속으로 푹 들어가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다. 묘한 여운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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