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이론적인 설명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례가 이어지니 더욱 시선을 끌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혼란을 일으키는 심리 현상 중에 하이퍼그라피아라는 증상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이퍼그라피아는 끝없이 글을 쓰는 상태로 심신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일종의 정신질환으로까지 분류된다고 한다.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과 의사인 앨리스 플래허티 교수는 창조적 글쓰기를 하는 작가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던 중 하이퍼그라피아 현상을 목격했는데, 측두엽에 이상이 생기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하이퍼그라피아가 뇌에서 일어나는 간질 때문에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보고됐는데, 뇌전증을 일으킨 대표적 인물이 고흐이며, 그가 다작을 한 이유가 측두엽 뇌전증이 만든 결과일지 모른다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고흐 외에도 오노레 드 발자크, 마르셀 프루스트, 앤서니 트롤럽, 존 업다이크, 정약용 등 많은 인물들이 다작을 했고, SF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일주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는 것이다. 1분에 90타를 쳤다는 아시모프는 글을 못 쓰는 블록 현상을 겪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평생 무려 477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고흐 또한 1880년부터 1890년에 자살하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2,000점 이상의 그림과 스케치를 그렸는데, 예술성까지 높은 작품을 많이 발표한 사람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신경의학자들은 고흐가 뇌전증으로 인해 참을 수 없는 하이퍼그라피아를 보인 것이라고 하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