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혼란 -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당신을 위해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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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나를 번쩍이게 만들었다. 첫 번째는 《문제는 무기력이다》와 《문제는 저항력이다》의 저자인 인지과학자 박경숙 저서라는 점에서였다.

두 번째는 바로 '심리적 엔트로피'라는 단어에서 주는 참신함이었다.

이 책은 자연 법칙 (열역학 제2법칙)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엔트로피 증가가 의식의 무질서로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해법으로 다시 의식의 질서를 찾아 꿈꾸었던 인생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게 해주는 '의식의 자각적 통제' 방법을 제안한다. (책 뒤표지 중에서)

자연 법칙 엔트로피를 심리적 엔트로피로 연관 지어 설명하다는 점에서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문제는 엔트로피다!

그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서 이 책 《어른이라는 혼란》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경숙. 인지과학자. 대한민국 1호로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지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30년 이상 교육과 연구를 했고, 학교 밖으로 나온 후 (주)인코칭에서 전무 및 연구소장으로 마음 성장 프로그램 개발과 코치교육을 진행했으며 그 외 여러 기관에서 교육과 연구에 종사했다. 현재는 수원에서 개인연구소를 운영하며 학교, 공공기관, 기업 강의와 상담, 컨설팅, 집필에만 매진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엔트로피 증가는 에너지의 감소를 가져오므로 무언가를 할 힘도 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하기도 싫어지게 만든다. 의식의 혼란은 재미있던 일도 '하기 싫게' 만든다. 심리적 엔트로피 때문이다. 이 책은 엔트로피 증가 법칙이 만드는 심리적 엔트로피가 의식의 무질서가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또한 혼란에서 다시 의식의 질서를 찾아 꿈꾸었던 인생의 목표를 향해 행진할 수 있게 해주는 '의식의 자각적 통제' 방법을 다룬다. (9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머리말 '인생을 표류하게 만드는 '혼란''과 프롤로그 '시장에서 커피를 파는 여자'를 시작으로, 1부 '혼란의 증상 -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정신이 없다', 2부 '혼란이 생기는 이유 -문제는 엔트로피 증가야', 3부 '의식의 질서찾기- 힘을 빼고 훈련하라', 4부 '혼란에서 질서로 - 성장과 진화를 꿈꾸며'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다시 엔진을 켜라, 가장 먼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로 마무리된다.




인생사 정말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제 끝났다며 절망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더 나락으로 빠지고 만다. 저자는 말한다. 재기불능이라 생각하면 더 이상 뭔가 하기 싫어지고, 그러면 더 못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악순환이 시작되는데 그것은 바로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혼란'을 이야기한다. 혼란에 빠지기 쉬운 사람의 특징을 조목조목 이야기해주는데, 그중 늘 바쁘다고 말하며 뭔가에 쫓기는 사람은 자신을 쫓는 많은 인자로 인해 곧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혼란이 생기는 이유는 엔트로피 증가라며 설명을 이어나가니 그 이야기에 납득하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현재 상황을 재정비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심리적 엔트로피가 낮으면 마음에 질서가 생기고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심리적 엔트로피가 높으면 마음은 무질서하게 변하고 정신없고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의식의 무질서 수준을 낮추면 정신적 에너지를 하나에 집중해 쉽게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칙센트미하이는 그런 상태를 몰입이라고 정의했다. (83쪽)



 

단순히 이론적인 설명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례가 이어지니 더욱 시선을 끌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혼란을 일으키는 심리 현상 중에 하이퍼그라피아라는 증상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이퍼그라피아는 끝없이 글을 쓰는 상태로 심신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일종의 정신질환으로까지 분류된다고 한다.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과 의사인 앨리스 플래허티 교수는 창조적 글쓰기를 하는 작가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던 중 하이퍼그라피아 현상을 목격했는데, 측두엽에 이상이 생기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하이퍼그라피아가 뇌에서 일어나는 간질 때문에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보고됐는데, 뇌전증을 일으킨 대표적 인물이 고흐이며, 그가 다작을 한 이유가 측두엽 뇌전증이 만든 결과일지 모른다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고흐 외에도 오노레 드 발자크, 마르셀 프루스트, 앤서니 트롤럽, 존 업다이크, 정약용 등 많은 인물들이 다작을 했고, SF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일주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는 것이다. 1분에 90타를 쳤다는 아시모프는 글을 못 쓰는 블록 현상을 겪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평생 무려 477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고흐 또한 1880년부터 1890년에 자살하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2,000점 이상의 그림과 스케치를 그렸는데, 예술성까지 높은 작품을 많이 발표한 사람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신경의학자들은 고흐가 뇌전증으로 인해 참을 수 없는 하이퍼그라피아를 보인 것이라고 하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또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함께 들려주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동질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이론과 예시가 잘 담겨 있어서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이 책은 저자가 무기력과 저항을 겪은 후 만난 '혼란'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 훈련하며 정리한 인지과학적 보고서다. (책 띠지 중에서)

저자는 인간의 마음의 문제를 다루며 무기력과 저항력에 이어 '혼란'을 이야기한다. 특히 자연의 법칙으로만 생각하던 엔트로피를 심리와 연관 지어 설명한 부분은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더욱 와닿았으며, 그렇게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니 해결 방법도 모색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럴 때에 이 책에서 인생을 표류하게 만드는 '고엔트로피'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테니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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