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인간혐오자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5
몰리에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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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자를 풍자한 『타르튀프』를 통해 프랑스 고전 희곡의 완성자 몰리에르의 작품을 처음 접했고, 이번에는 1666년 그의 최고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인간혐오자』를 보게 되었다.

그 당시 종교계의 반발을 일으켰고 더 이상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며, 타르튀프는 그 후 1669년에 공개가 허용되어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지금으로 봐서는 별것 아닐 수도 있는데, 그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을지도 모를 그 스토리가 궁금했다.

옮긴이의 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번역을 진행하면서 가장 놀랐던 건, 세월이 400년 가까이 흘러 버린 이 작품 속에 21세기 현대인의 삶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담겨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이 바로 고전의 메시지다. (147쪽)

고전이 멀게만 느껴진다고 해도, 일단 이 한마디 말을 새겨보며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살짝 언급하자면 성격 묘사를 아주 잘 해서 한달음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몰리에르. 프랑스 고전 희곡의 완성자.

프랑스어를 '몰리에르의 언어'라고 표현할 만큼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극작가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프랑스 연극의 긍지이자 자부심이라 표현할 수 있다.

몰리에르는 17세기 고전주의 작가이지만 프랑스 근현대 문학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몰리에르 탄생 400주년을 맞은 오늘날에도 수많은 극단에서 매해 수만 회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21세기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책날개 중에서 발췌)


이 책도 마찬가지로 '인간혐오자 인물 관계도'로 시작된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시리즈의 특징은 일단 처음에 인물 관계도를 그려주어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읽어나가며 이들의 이름과 관계도를 구체화시킬 수 있다.


첫 장면은 알세스트와 필랭트의 대화로 시작된다. 둘은 친구 사이다. 알세스트는 인간 본성이 끔찍할 정도로 혐오스럽다고 말한다. 자신만이 고결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라는 자만을 가진 인물이다.

알세스트는 친구 필랭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 타락한 시대 속에서 그녀의 영혼은 나의 사랑을 통해 깨끗해질 수 있을 거야. (23쪽)

셀리맨은 어린 나이에 홀로된 미망인이며 요즘 말로 하자면 어장관리녀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셀리맨은 알세스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이 희곡을 읽어나가며 알게 되는 진실이 놀랍기만 하다.

흔히 작품을 대할 때 선과 악 이분법으로 대해온 경향이 있었지만, 사실 인간 유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은 평면적이지 않고 인간 특성상 다면적이며 장단점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작품을 그 당시 고전에서 이미 만날 수 있다니! 이 작품이 달리 보였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시리즈를 통해 몰리에르의 희곡을 접해보았다.

지금도 읽으면서 어쩌면 그렇게 인간상을 잘 그려냈는지 흥미롭게 빠져들며 읽어나가게 되는데, 그 시절에는 정말 파격적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인간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의 성격 묘사가 구체적이고 생생한데, 아마 주변 인물 중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피식 웃으며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몰리에르의 작품들은 단순히 웃기기 위한 희극이 아니었다. 인간의 본성을 치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시대의 문제를 직시하고 풍자했다. 인간의 악덕은 물론 신분 상승에 대한 인간의 집착, 위선적 종교와 교육 문제까지 다루면서 권위주의를 향해 끊임없이 냉소를 던졌다. 그 중심에 『인간 혐오자』가 있다. (142쪽)

셀리멘이 과연 누구를 선택할까. 처음에는 그것도 물론 궁금했지만, 읽어나가며 그 결과보다는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시대를 뛰어넘는 심리묘사에 감탄하며 읽어나갔다. 프랑스 역사학자 쥘 미슐레는 '몰리에르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된 작품'이라며 극찬했으니,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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