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면은 알세스트와 필랭트의 대화로 시작된다. 둘은 친구 사이다. 알세스트는 인간 본성이 끔찍할 정도로 혐오스럽다고 말한다. 자신만이 고결한 영혼을 지닌 사람이라는 자만을 가진 인물이다.
알세스트는 친구 필랭트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 타락한 시대 속에서 그녀의 영혼은 나의 사랑을 통해 깨끗해질 수 있을 거야. (23쪽)
셀리맨은 어린 나이에 홀로된 미망인이며 요즘 말로 하자면 어장관리녀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셀리맨은 알세스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이 희곡을 읽어나가며 알게 되는 진실이 놀랍기만 하다.
흔히 작품을 대할 때 선과 악 이분법으로 대해온 경향이 있었지만, 사실 인간 유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은 평면적이지 않고 인간 특성상 다면적이며 장단점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작품을 그 당시 고전에서 이미 만날 수 있다니! 이 작품이 달리 보였다.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시리즈를 통해 몰리에르의 희곡을 접해보았다.
지금도 읽으면서 어쩌면 그렇게 인간상을 잘 그려냈는지 흥미롭게 빠져들며 읽어나가게 되는데, 그 시절에는 정말 파격적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인간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의 성격 묘사가 구체적이고 생생한데, 아마 주변 인물 중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피식 웃으며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