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다소 평범한 제목보다 추천사에 눈길이 갔다.

"이처럼 정교하고 세련된 인생 지침은 이제껏 만나지 못했다" _ 니체

"이 책은 평생 들고 다니며 읽어야 할 인생의 동반자다!"_ 쇼펜하우어

일단 이 책이 쇼펜하우어, 몽테뉴, 파스칼 같은 17~18세기 유럽의 철학자,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달리 보일 것이다. 특히 쇼펜하우어는 독일어로 직접 번역하기 위해 스페인어를 따로 배웠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활동했던 17세기 스페인 귀족 세계는 겉으로는 화려함을 과시했으나, 안으로는 속임수와 음모, 배신이 가득했다고 한다. 정중한 궁정 행동 지침만 가득할 뿐, 지혜로우면서도 현실적인 선택에 관한 실용적인 가르침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는 지혜를 전했다고 하니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이 책 『사람을 얻는 지혜』를 읽어보게 되었다.




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이 책의 저자는 발타자르 그라시안 (1601-1658). 40세에 설교자로 큰 성공을 거둔 후에 출간한 『재능의 기술』(1641)을 더욱 깊고 폭넓게 확장한 책이 바로 『사람을 얻는 지혜』이다. 그는 예수회 신부였지만, 글 안에는 종교적 언급이 거의 없고 기독교 도덕 개념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저자가 생각한 근본적인 삶의 목표는 성공과 명성보다는, 개인의 성숙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근본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인 성공 전략을 놓치지 않았다. 저자는 많은 함정과 악한 행동을 미리 알아야 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어리석은 사람이나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킬 방법을 전하고자 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8부로 구성된다.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2부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현실을 인식하라: 현실', 3부 '인생은 짧지만 잘 살아낸 삶의 기억은 영원하다: 안목', 4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가장 위대한 일이다: 관계',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6부 '이 세상은 천국과 지옥의 중간에 있다: 평정심', 7부 '인생의 진정한 공부를 마지막으로 미루지 말라: 온전함', 8부 '5년마다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라: 성숙'으로 나뉜다.

읽어나가다 보면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이 보일 것이다. 그 시절의 말이지만 지금의 현자가 비밀리에 들려주는 비법처럼 생각해도 좋겠다.

003

하수는 모든 것을 드러낸다

일할 때 전부를 드러내지는 말라. 새로움에 대한 감탄은 성과의 가치를 높인다. 패를 다 보이는 게임은 도움이 안 될뿐더러 즐겁지도 않다. 성과를 곧장 드러내지 않으면 상대방이 기대하게 되는데, 특히 모두가 기대하는 중요한 직책에 있을 때는 기대감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모든 일에 신비감을 주어 존경심을 유발해야 한다. 사람들과 교제할 때 속마음을 다 털어놓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자기 생각을 알릴 때도 모든 걸 다 드러내면 안 된다. 조심스러운 침묵은 지혜의 성역이다. 다 공개된 해결책은 절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받기 쉽다. 그런데 거기에 결과까지 안 좋으면, 불행은 배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신이 움직이는 방법을 모방하여 사람들이 당신을 주시하고 신경 쓰게 만들어야 한다. (29쪽)




자기계발서 인간관계 명언 사람을 얻는 지혜

169

모든 성공을 합쳐도 작은 잘못 하나를 숨기지는 못한다

백번 잘하기보다는 한 번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빛나는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빛이 사그라지면 누구나 쳐다볼 수 있다. 대중은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을 말한다. 그리고 험담하는 악인은 칭찬하는 선인보다 더 많이 알려진다. 많은 사람이 실수를 저지른 후에야 주목을 받았다. 모든 성공을 합쳐도 작은 잘못 하나를 숨기지는 못한다. 따라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악의가 있는 사람은 남의 실수는 다 드러내도, 잘한 일은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6쪽)





현대지성 클래식 46 사람을 얻는 지혜

이 책은 읽어나가다가 문득 '아! 그 시절에 이런 명언이 있었다니!' 감탄하게 된다. 인간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고, 나는 이 책을 통해 엄청난 지혜를 얻는 느낌이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해야겠다. 요즘 착하게 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경향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그 시대에도 마찬가지의 조언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266

착하다고 해서 저절로 온전해지진 않는다

너무 착한 나머지 나쁜 사람이 되지는 말라. 이런 사람은 절대 화를 낼 줄 모른다. 하지만 둔한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늘 무감각이 아닌, 무능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적당한 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새들도 허수아비를 놀린다. 쓴맛과 단맛이 같이 있는 것은 좋은 맛을 가졌음을 증명한다. 달콤하기만 한 맛은 아이들과 어리석은 자들을 위한 것이다. 너무 착해서 그런 무감각에 빠지는 것은 큰 불행이다. (311쪽)

어디에서도 듣기 어려운 명언을 만났다.

아마 읽어보면 옛 글이 아니라 새로운 지혜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어쩌면 생각지 못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지성 클래식이 46번째로 출간한 『사람을 얻는 지혜』는 국내 최초로 1647년판 스페인어 원서에서 직접 옮겼으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연구자들의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했다. 본문을 생략하거나 편집하지 않고, 원문 순서 그대로, 텍스트 전체를 모두 소개하는 최초의 버전이다. 198개의 각주와 친절한 해제를 통해 당시의 사회·문화 및 종교적 배경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돕고 있으며, 300개 글의 맥락을 정확히 보여주는 제목을 달아 한눈에 텍스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렇게 실질적인 지혜가 담뿍 담긴 고전이라니! 정말 새로운 고전을 발굴한 기쁨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소장하고 틈틈이 꺼내들어 읽으며 마음에 새기고 싶다.




사람을 얻는 지혜 인간관계 명언 잠언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