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2 - 전2권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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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백만장자의 공짜 음식》은 1,2권으로 된 이미진 장편소설이다. 《파친코》 저자 이민진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출발점이라고 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디아스포라는 신앙적, 경제적, 정치적 이유 등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파친코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교포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그린 소설이라면,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미국이라는 기회의 땅으로 가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분투하는 삶을 이야기해준다.

그들은 현재보다 나은 삶을 위해 가는 것인데 그곳에서도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된다는 것을 상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민진.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경계인으로서의 날카로운 시선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으로 복잡다단한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며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을 잇는 작가'라는 찬사 속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민진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했으나, 건강 문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작가는 2007년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으로 독자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다.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을 다룬 소설은 이민 2세대의 정체성 혼란과 부모 세대와의 갈등, 불안한 미래를 앞두고 방황하는 젊음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의 특수한 정서와 한인 사회에 속한 여성의 삶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점을 인정받으며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두 번째 장편소설 《파친코》는 작가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혼신의 노력을 쏟아부어 완성한 대작으로, 영미문학이 그동안 주목하지 않은 재일조선인의 역사와 삶을 다루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7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아마존, BBC 등 75개가 넘는 주요 매체에서 앞다투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전미도서상과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파친코》는 33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작가의 책들은 대한민국 바깥의 한국인, 뿌리는 같지만 삶의 형태와 형식을 달리하는 재외동포를 새롭게 조명하면서 문학적 성취까지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뉴욕주 작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에서는 《파친코》로 만해문예대상, 디아스포라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완결작이 될 세 번째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책날개 작가소개 전문)




먼저 작가가 '친애하는 한국 독자들에게'라는 글에서 하는 이야기를 읽어보면, 주인공에게 케이시 한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동기를 알려준다.

그 글을 보고 나면 케이시 한이 어떤 인물인지 눈앞에 그려질 것이다.

더 이상 그냥 이름만이 아니라, 발랄하고 꿈이 가득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그곳에서 살아간 한 인물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이 소설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 (13쪽)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구체적으로는 책 뒤표지에 있는 말을 보면 된다.

당신이 가진 것 없는 이민자의 딸이라면

부모와 다른 눈부시고 화려한 인생을 꿈꾼다면

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 (책 뒤표지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소설을 읽어나가며 파악할 수 있다.

이전에 《파친코》를 통해 일본으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디아스포라를 보았다면, 이번에는 미국 땅으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현재를 볼 수 있었다.




기회의 땅으로 간 한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 삶을 생생하게, 아주 세밀하게 엿보는 듯한 책이다.

대화를 통해서도 성품과 인격, 생활상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작중 인물들도 선정을 잘 했다.

그들은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경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다. 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풀어나간 소설이다.




또한 이 책의 제목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의미가 와닿으니 이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 팀이든 계약을 체결하면 부서 전 직원에게 점심을 사게 돼있어요. 우리가 지난주에 계약 하나를 마무리했죠. 뭄바이 외곽의 대형 발전소.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인도 음식으로 한턱내는 겁니다. 알겠죠? 일본 담당 팀이 계약을 마무리하면 스시를 먹겠죠."

"그렇군요."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월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투에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니, 그의 음성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야 좀 알겠다는 듯한 씁쓸한 감탄이 어려 있었다. (162쪽)

케이시의 아버지는 세탁소를 하시는데, 아버지께서는 이 세상에 공짜 점심 같은 건 없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러니 케이시는 다소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바라보던 세상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며 사회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세대 차이기도 하고 문화 차이이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인식하며 기존의 틀을 깨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기본적으로는 이민자들의 삶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입장에 놓여있지만,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사회에서 고정관념처럼 굳어있는 세대 간의 격차를 깨는 시간도 보내게 된다.


 

 

사람들은 기회의 땅으로 간다. 잘 살아보기 위해서 간 것이다. 하지만 삶은 녹록지 않았다.

거기에서 성공할 수도 있지만 부단히 고생만 하다가 끝나는 삶도 있다. 이 책에는 이민의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삶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애환의 삶을 잘 녹여내어 쓴 소설이어서 현장감이 있게 읽어나갔다.

말이 어눌해서 걸핏하면 바보 취급받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케이시 한도, 계급과 인종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국 사회의 엘리트로 도약하겠다고 이를 악문 '테드 김'도 어딘가에, 우리와 매우 비슷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그 어떤 한국인들보다 이런 한국인들에게 목소리를 내라고 권유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488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태어나서부터 성장까지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는 소설이다. 지금껏 이민자들에 대해 잘 몰랐다면, 이 책을 계기로 그들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시작이다. 이미 소설 《파친코》의 인기로 그 책을 먼저 읽어보았지만, 이 책은 그 시작점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현재 작가는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완결작이 될 세 번째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하니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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