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기회의 땅,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 베링기아(베링 육교)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몇 세대 정착하며 베링기아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기후가 온화해지고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베링기아가 사라지기 시작했으니 이동하게 되었다.
서쪽으로, 동쪽으로, 뿔뿔이 이동했는데 현시점에서 가장 믿을 만한 추정치는 이때가 적어도 1만 5000년 전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야기는 갑자기 현대로 온다. 21세기 사람들이 직면한 기회와 딜레마는 최초의 신세계 주민이 직면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혁신에 힘입어 우리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토에 진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베링인과는 달리 우리는 돌아갈 수 있는 조상의 땅이 없다는 것. 그것은 바로 우리의 행동이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 곳곳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사냥하고, 수집하고, 경작하고, 가공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지형을 제멋대로 바꾸고 수많은 생태계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요즘 이렇게 인간 종이 지구를 파멸 직전까지 몰아가고 있다는 책을 자주 접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인류의 현황을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그다음 이야기에 주목해 볼 만하다.
호모 사피엔스는 그냥 특출한 종이 아니다.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적응력, 창의성, 착취력을 바탕으로 수십만 년 동안 전 분야의 전문가, 즉 '스페셜리스트'로 군림해왔다. 우리는 범위가 좁아지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도 전문가로서의 경쟁의 이점을 누린다. 이것이 인간의 생태적 지위의 역설이다. (34쪽)
이 책은 인간의 역설을 풀어헤치고 발견한 도구들을 설명하는 동시에 그걸 적용하는 훈련 과정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펼쳐질 일들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면서 계속 읽어나갔다.
